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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와드
이건 10년 전이다

 

그때 난 18살이었다

 

그해 집을 나와
알레포 대학에 입학했다

 

부모님은 날 걱정하셨다

 

내가 고집이 너무 세고

 

성격이 불같다나

 

그땐 무슨 뜻인지 몰랐다

 

딸을 낳기 전까진

 

바로 너

 

사마
엄마야

 

엄마

 

병아리가 있어요

 

엄마 닭 옆에서

 

쫑쫑 걸어 다녀요

 

물을 마시고

 

삐악삐악 좋다네요

 

엄마야
사마

 

"사마에게"

 

와드
지하로 가

 

또 폭격하려나 봐

 

지금 갈게

 

누가 사마 좀 맡아줘

 

빨리 내려가자!

 

또 폭격기야?

 

아니, 탱크

 

미치겠네
어떻게 매일 이래?

 

빨리 내려가야겠다

 

사마 누가 데리고 있어?

 

사마

 

우리 건물 뒤에 떨어졌어

 

내 딸은?

 

누가 데리고 있어?

 

우리한텐 없어

 

애들 내보내

 

수동 인공호흡기를 써야겠어

 

서둘러! 사마는?

 

간호사
간호사!

 

어떡해

 

맙소사

 

- 사마
- 저기 있어

 

엄마가 갈게

 

- 어디 있어?
- 여기서 우유 먹어

 

- 마스크도 씌웠어
- 아깐 자더니

 

이젠 밥 먹네

 

스릴 넘쳐서 좋지?

 

걱정 마
의사 선생

 

우린 강하고 끈질겨

 

건물도 튼튼하고

 

어휴
입 좀 다무셔!

 

병원은 폭격 못 할 거라며?

 

- 폭격 못 하긴
- 그러게

 

자길 왜 낳았냐고
화내는 거야

 

태어나서 본 게
전쟁밖에 없잖아

 

사마

 

넌 우리 삶의 단비였다

 

하지만 널
이런 곳에서 낳다니

 

네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엄마를 용서해줄래?

 

2016년 7월

 

정부군과 지원군이
도시를 포위했다

 

알레포

 

나의 도시

 

상황이 이렇게
나빠질 줄 몰랐다

 

난 계속 촬영한다

 

이곳에 남을
이유를 주니까

 

내 악몽을
보상해 주니까

 

러시아 폭격기 소리가
들릴 때마다

 

심장이 천 갈래로 찢어진다

 

그래
난 죽음이 무섭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널 잃는 상상이다

 

사마

 

이 영화를 네게 바친다

 

네가 이해하면 좋겠다

 

왜 엄마 아빠가
여기 남았는지

 

우리가 뭘 위해
싸웠는지

 

5년 전

 

경제학과 4학년 때
민주화 운동이 시작됐다

 

2012년 4월 29일
아침입니다

 

여긴 알레포 대학의
이과대예요

 

이곳은 자유의 벽이고요

 

안녕하세요

 

뭘 하고 있죠?

 

낙서로나마 정권에
저항하려고요

 

우린 알레포 대학의
자유 투사예요

 

아사드 가문의 독재는

 

네 할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계속됐다

 

나라는 부정부패와
억압에 신음했다

 

더 크게 외쳐라!
더 크게 외쳐라!

 

존엄 없이 사느니
죽음을 택하겠다!

 

혁명의 본거지
알레포 대학의 투사들!

 

종교를 가리지 않는
무혈혁명 만세!

 

정권은 시위를 감추려 했다

 

휴대폰 촬영만이
우리 시위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

 

배신자들!

 

민중을 배신한 정부군!

 

배신자들!

 

지나가게 해주세요

 

지나갈게요

 

UN 요원 양반
저걸 봐요

 

뒤에 군인들 있어요

 

저기요

 

두 눈으로 똑똑히 봐요

 

저게 안 보여요?

 

자동차 문 잠가

 

저걸 좀 봐요!
보안군 맞잖아요

 

창문 열어줘요

 

안 돼
우리도 체포될 거야

 

우리까지 다쳐
얼른 도망치자

 

창문 열지 마

 

쓰레기들!

 

사마

 

그때 우리는
혁명밖에 몰랐다

 

거기, 함자

 

꾸물대지 말고
빨리 나와

 

잔소리쟁이

 

- 뭐?
- 잔소리쟁이

 

- 기대돼서 그래
- 기대된다고?

 

얼른 가자

 

함자는 의대 졸업생이었고

 

내 친한 친구였다

 

안녕
의사 선생님

 

그는 현장 의료진이었다

 

금요일 데모 현장으로
의료팀 출동합니다

 

서둘러 가고 있어요
늦었거든요

 

함자는 늘 웃고 있었다

 

같이 있으면 어떤 상황이든

 

마음이 편해졌다

 

함자는 몇 안 되는
운동권 의사라서

 

영상에 자주 등장했다

 

나 잘 나와?
소리는?

 

그때 함자에겐
오래 사귄 애인이 있었다

 

찍고 있어

 

그땐 아무도 몰랐다

 

우리가 알던 삶이
사라져버릴 줄은

 

오늘은
2013년 1월 29일입니다

 

이곳은 동알레포

 

강에서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여러분
물러서세요

 

물러서라니까요

 

구경 다 했으면
이만 가세요

 

재촉하지 마세요
매장은 나중에 합니다

 

촬영하러 왔어요?

 

네

 

오늘 알레포는
학살을 목격했습니다

 

아니
학살 그 이상이죠

 

1차 법의학 검사
결과에 따르면

 

시신 대부분에
고문 흔적이 있었습니다

 

모두 민간인이며
수갑을 찼고

 

머리에 총을 맞았습니다

 

뭐 하는 거지?

 

시체 건지려나 봐

 

죽은 이들은
모두 반군 지역 주민이었고

 

정부군 검문소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이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였다

 

죽은 이들은
천국에 가리라

 

바르샤가 죽였다네
과연 학살자의 아들

 

죽은 이들은
천국에 가리라

 

정권 유지를 위한 욕심에
모두 충격받았다

 

사마
네 할아버지도 걱정하셨다

 

그렇다니까

 

집에 오라고 하시는데
난 안 갈 거야

 

안 되지

 

한번 가면 못 돌아와
여기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외골수였던 나는

 

당연히 남기로 했다

 

함자의 아내는 강력하게
시리아를 떠나자고 했다

 

혁명과 결혼의
갈림길이었다

 

그는 남기로 했다

 

무장 혁명군이
동알레포를 탈환하자

 

정권의 억압은
더 심해졌다

 

함자 여기 있어?

 

함자는 동알레포에 남은
32명 의사 중 하나였다

 

몇이나 갇혔어?

 

여자를 구했는데

 

5개월 된 애가 갇혔대

 

찾을 때까지 파내야 해

 

5개월 된 애가 있어

 

무정부 상태에선
뭐든지 우리 손으로 해야 했다

 

학교도 응급실도
병원도 없었다

 

그래서 다 함께
병원을 세웠다

 

독재자 덕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게 생겼네

 

청소부, 약사, 배관공
다 우리 일이야!

 

의사 선생님
웃겨?

 

병원 책임자가
직원이랑 노닥거려?

 

그러려고 혁명해?

 

너무 지나치잖아
나도 알아

 

기분이 어때?

 

끝내주지
이마에 자유를 새겼잖아

 

왼쪽은 오마르다

 

막 장학금을 딴
우등생이었다

 

오른쪽 가이스는
의대생인데

 

둘 다 병원의
간호사로 지원했다

 

우린 가족이었다

 

많은 일을
처음으로 함께했다

 

살려는 발버둥을 봤고

 

30분 넘게
숨 잘 쉬고 있어

 

포기 안 하길 잘했네

 

얘도 살고 싶은가 봐

 

첫 폭격도 함께 겪었다

 

지하로 내려가야 해

 

서둘러!

 

와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

 

얼른 가자는데

 

어찌나 소릴 지르던지

 

처음 동지를 잃을 때도
함께였다

 

공습이 가이스와
그의 형제를 데려갔다

 

탱크 포탄이
오마르를 데려갔다

 

괜찮아?

 

동지를 잃자
혁명은 더 중요해졌다

 

대가가 무엇이든 간에

 

어느 날 병원에서

 

소년을 구하는 장면을
찍던 때였다

 

난 울음을 터뜨렸다

 

함자가 화내며 말했다

 

"여기서 울지 말고 나가"

 

난 위층으로 달아났다

 

함자가 날 쫓아와서 말했다

 

"네가 울면 못 견디겠어"

 

"모르겠어? 널 사랑해"

 

"나와 결혼해줄래?"

 

난 귀를 의심했다

 

우리 결혼식은
소박했지만 아름다웠다

 

우리의 노래는
폭격음보다 강했다

 

슬슬 불 끄자

 

'핑크 팬더'?

 

도입부 음이 비슷하네

 

마지막 노래야
다들 나가

 

함자는 이렇게
말해주는 존재였다

 

"이게 우리가 갈 길이야"

 

"험하고 머나먼 길이지만"

 

"길 끝엔 자유가 있어"

 

"이리 와"

 

"함께 걸어가자"

 

2016년 9월
알레포 포위 3달 경과

 

우리 딸
잘 잤어?

 

오늘따라 공습이 잦네

 

그래도 우리 건물은 무사해

 

우리 깜찍이

 

사마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네 아빠 일이 많아지면서

 

우리도 병원으로 옮겼다

 

여기가 우리 방이다

 

모래주머니 방벽을 감추려고
그림을 걸었다

 

알았어
엄마 갈게

 

최대한 아늑하게
꾸미려 했다

 

또 시작이네
그렇지?

 

전선에 헬리콥터 접근
사제 폭탄으로 무장했다

 

비상사태다

 

내려가야 한다

 

밖에서 기다리렴

 

- 너희 동생이야?
- 네

 

어디서 그랬어?

 

동생한테
집 안에 들어오랬는데

 

폭탄이 떨어져서

 

우리 집에 맞았어요

 

맥박 안 뛰어?

 

우리 동생이에요

 

걘 아무 잘못 없어요

 

조금 전까지
집 밖에 있었는데

 

좋은 곳에 가길
동생을 위해 기도하자

 

내 아들 여기 있어요?

 

아드님 성이 뭐죠?

 

모하마드!

 

성을 말씀하세요

 

내 아들이에요!
모하마드!

 

- 아드님요?
- 아니면 누구겠어요?

 

- 제가 들게요
- 내가 들어야 해요

 

내 아들이에요
내 새끼란 말이에요

 

직접 데려가야 해요

 

어머님

 

내 아들이에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 이리 주세요
- 빼앗지 마요

 

빼앗으면 용서 안 해요

 

절대 용서 못 해요

 

이 애는 내 아들이야

 

모하마드가 죽었어

 

모하마드 아민이 죽었어

 

내 아들이 세상을 떠났어

 

떠나버렸어!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애들이 무슨 죄야?
아무 잘못 없잖아

 

사마
난 숨이 막힌다

 

그 아이가 너 같고

 

그 어머니가 나 같다

 

함자에겐 말 못 한다

 

혼자서 되뇌기도 괴로운걸

 

1년 전

 

여기 알레포가 있다!
여기 알레포가 있다!

 

2015년 3월 18일
알레포입니다

 

유리는 오랫동안
승리를 확신했다

 

반군 지역은
마치 자유 국가 같았다

 

우리의 진정한 고향이었다

 

목숨도 아깝지 않았다

 

이곳에 뿌리내릴
준비가 돼 있었다

 

여긴 손님방이에요

 

불 켜지 마

 

배선이 안 좋으니 불꺼

 

응, 미안

 

오늘은 굉장히
특별한 날입니다

 

드디어 집을 구하고
청소를 끝냈어요

 

많이 고생했지만

 

이제 멋진 집에서
살 수 있어요

 

사랑해

 

새집에 온 걸 축하해

 

우린 함께 신혼집을 구했다

 

고향 집처럼
정원이 딸린 곳이었다

 

식물은 자연 그대로 둬야
아름답죠

 

그때는 도시 전체가
마냥 아름다워 보였다

 

놀랄 준비해!

 

식탁에도 눈이 쌓였네

 

너무 예쁘지?

 

참 근사해

 

당신 안 무서워? 정말?

 

이리 내

 

진짜로?

 

카메라 망가져!

 

눈보다 당신이 더 좋아

 

사랑해

 

나 임신했어요
세상에

 

함자
나 임신했어

 

함자
나 임신했어

 

아기 손 보여?

 

사마 넌 태어나기 전부터
특별한 아이였다

 

이게 손이야

 

장난꾸러기네

 

사랑해

 

널 가져 행복했지만
두렵기도 했다

 

위태로운 행복이었으니까

 

알레포에서의 자유가
그랬듯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반군을 삼키려 했다

 

하지만 정부군에 비하면
그들은 약과였다

 

저기 온다

 

저기!

 

폭탄 떨어졌어요?

 

아직요

 

다시 오고 있어요

 

맙소사

 

엉망이 됐네

 

우리 집은 피했는데
뒷집이 맞았어

 

식물들이 불쌍해

 

망할 아사드 자식

 

손 조심해

 

왜 그래?

 

우리가 기른 식물이잖아

 

직접 심었고

 

물을 주며 길렀는데

 

공습 한 방에 다 죽었어

 

몇 놈은 살면 좋겠다

 

난 죽기 싫어요

 

정말이에요

 

남편과 함께하고
아이도 낳고 싶어요

 

죽음이 아니라
삶을 원해요

 

기도할게요

 

남편과 아이를
무사히 지켜주세요

 

다른 고통은
모두 감내할게요

 

제발

 

남은 자들은 나처럼
공포를 견뎌야 했다

 

보기만 해도 군침 도네

 

아프라와 살렘은
아이가 셋이다

 

위삼, 자인
나야

 

우린 가깝게 지냈다

 

도착! 앉아

 

나야
앉아! 내 차례야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야

 

우린 밝게 살려고 해

 

애들은 포위된 줄 모르고
신경도 안 써

 

안녕

 

- 기분 어때?
- 그냥 그래요

 

여길 떠나고 싶어?

 

도시가 공격받을 거라는데

 

전 남고 싶어요

 

부모님이 반대하면?

 

혼자 남으면 되죠

 

- 혼자서?
- 그럴 거예요

 

어디서 지내려고?

 

몰라요

 

- 부모님은 뭐라셔?
- 몰라요

 

왜 울어?

 

뚝 그쳐

 

울지 마
응?

 

우린 이사 안 가

 

가긴 누가 간다고?

 

친구가 이사 가버려서
속상한가 봐

 

애들이 싫다는데
어떻게 떠나겠어?

 

난 이들을 존경했다

 

처참한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

 

고향을 떠나는 건
최악의 본보기였다

 

도망치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니까

 

장래 희망이 뭐야?

 

건축가요
도시를 다시 세울래요

 

하지만 남은 자들은
지옥을 견뎌야 했다

 

- 와드 이모
- 응?

 

- 뭐 해요?
- 우리 나야 찍지

 

사마 널 낳을 때
난 어쩔 줄 몰랐다

 

여보세요

 

조금 있다 병원 갈 거야

 

오늘 애 낳을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어때?

 

나랑 닮은 원숭이 낳아줄게

 

함자가 세운 병원으로 향했다

 

와드랑 판박이야

 

너를 본 순간

 

사람들과 사별하던
고통이 떠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넌 새로운 희망이었다

 

아기 울리지 마

 

그만 울어

 

2016년 10월
알레포 포위 4달 경과

 

이제 폭격은 일상이었다

 

오늘 밤 친구가
널 데려왔다

 

여긴 응급실이다

 

- 친척 동생이야?
- 조카요

 

집에서 자고 있었어?

 

저 애 부모님은?

 

- 부모님은?
- 돌아가셨겠죠

 

인정하긴 싫지만

 

저 아이의 어머니가 부럽다

 

자기 아이를
묻기 전에 죽었으니까

 

학살 후엔
적막이 찾아온다

 

숨이 막힐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너와 밖으로 나간다

 

살아있는 사람을
보고 싶었다

 

이곳을 떠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저항이었다

 

킹을 잡아야
끝나는 것처럼

 

대통령이 죽어야
전쟁도 끝나

 

놈은 명줄만큼
모가지도 길어

 

거의 기린이야

 

살렘이 아이들을 위해
파티를 열었다

 

두 명씩 팀 짜서
양동이랑 붓 들고

 

각자 맡은 버스를
예쁘게 색칠하는 거야

 

재밌겠다

 

네게 평범한 추억을 주려고
노력한다

 

색칠해봐

 

사마, 색칠해

 

잘하네

 

왜 까맣게 탔을까?

 

폭탄 맞아서요

 

무슨 폭탄인지 알아?

 

네
확산탄에 맞았어요

 

학교에 다 왔습니다!

 

네, 도착했어요

 

어서 내려요!

 

그래도 학교는 있다

 

아프라도 학교를 운영한다

 

우린 포위당했어요
비상사태죠

 

애들이 굶게 될 텐데

 

배고프면 공부도 못 해요

 

폭격에 대비해서
지하에 교실을 만들었다

 

하지만 포위 중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공습이 일어났다

 

하나 더 온다!

 

다들 흩어져요!

 

뿔뿔이 흩어져요!

 

알라시여
우릴 지켜주소서

 

아미르!

 

대피해요!

 

안으로 들어가요!

 

환자가 실려 왔다

 

만삭의 임산부다

 

- 심하게 베였네
- 동맥에 맞았나 봐

 

응급 제왕절개를
해야 했다

 

맥박 잡혀?

 

아니

 

젠장

 

알라께서 도우셨어

 

울었어?

 

그래, 착하지
더 울어봐

 

둘 다 무사했다

 

이건 기적이다

 

이 일로 우리는
용기를 얻었다

 

사마 네가 용기를 준 것처럼

 

8개월 전

 

오늘은
2016년 2월 7일입니다

 

제 첫아이 사마예요

 

'사마'는
하늘이란 뜻입니다

 

저희가 사랑하고
원하는 하늘

 

공군도 공습도 없는
깨끗한 하늘요

 

태양과 구름이 떠 있고

 

새가 지저귀는 하늘요

 

사마?

 

사마

 

엄마 말 들려?

 

사마

 

사마

 

사마?

 

사마

 

웃는 거 봐요
사마?

 

젠장

 

폭격기 소리에
행복은 자취를 감춘다

 

정권 유지에
혈안이 된 정부가

 

알레포를 집중 공격했다

 

우리가 병원을
비웠던 어느 밤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렸다

 

병원이 폭격당했어

 

병원을 공격했어!

 

사상자가 너무 많아

 

자세히 좀 얘기해봐
얼마나 심각한데?

 

선생님
보수 요원 이스마일이 죽었어요

 

러시아군은
총 53명을 죽였다

 

와심 선생님도 돌아가셨다

 

너의 첫 활력 징후를
확인한 분이었다

 

병원까지 폭격당하자
사람들은 희망을 잃었다

 

이 병원은
복구가 불가능했다

 

알레포에선
슬퍼할 여유도 없다

 

기적적으로 함자가
병원용 건물을 발견했다

 

건축가 말론
벽이 튼튼하대요

 

창문은 좀 약하지만요

 

이 건물은 지도에 없다

 

그래서 적들의 폭탄을
피할 수 있었다

 

7월엔 몸이 편찮으신
아버지를 뵈러 갔다

 

정부군이 러시아군과 협력해

 

공습을 퍼부었다

 

알레포로 가는 마지막 길마저
거의 점령당했다

 

함자를 보고
우리 생각이 같다는 걸 알았다

 

출발하자
무사해야 할 텐데

 

아무도 이해 못 했다

 

함자의 부모님이 말했다

 

"위험하니까
사마라도 두고 가"

 

러시아 폭격기가

 

북부로 이동합니다

 

머리론
그 말이 옳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너를 꼭
데려가야 할 것 같았다

 

이유는 몰랐다

 

지금 생각해도
무모한 짓이었다

 

나가자

 

- 다 왔어?
- 응, 다 왔어

 

병원 동료들이
우릴 마중 나왔다

 

맙소사

 

전선의 좁은 샛길만이
유일한 통로였다

 

뒤에서 기다려

 

먼저 가서 살펴볼게

 

- 왜 돌아가죠?
- 돌아가야죠

 

평화 시위하던 때로부터

 

5년이나 투쟁한걸요

 

억압에 저항해
정의를 세우려면

 

한 명도 빠짐없이
그곳에 있어야 해요

 

요 꼬맹이조차
꼭 필요한 존재죠

 

- 어디로 가?
- 쭉 걸어

 

나 여기 있어

 

- 폭격음 들리면 엎드려
- 응

 

- 애는 괜찮아?
- 응

 

어서 가자!

 

- 쟤들 따라가
- 가고 있어

 

위치가...

 

왜, 사마?
기분 안 좋아?

 

사마, 왜 그래?

 

거의 다 왔어, 사마

 

정부군 위치도 모른 채
그저 나아갔다

 

- 달래봐
- 사마, 뚝 그쳐

 

병아리가 있어요

 

너무 귀엽네요

 

엄마 닭 옆에서
쫑쫑 걸어 다녀요

 

물을 마시고

 

삐악삐악 좋다네요

 

하늘에 감사 인사를 올리죠

 

다 왔어!

 

어떻게든 다시 돌아왔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사마는요?

 

다들 우리보다
널 더 반가워했다

 

와드! 지금 심정이 어때?

 

너무 안심해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너는 우리 모두의
딸 같았다

 

우리는 운명 공동체였다

 

포위된 걸 축하해!

 

우린 포위된 사람들!

 

자고 있는데
등이 따뜻하더라

 

누가 나한테
뜨거운 음료를 쏟았거나

 

남편이 커피를
가져온 줄 알았어

 

알고 보니
나야가 공습 때문에

 

침대에 올라와서
오줌 싼 거야

 

참 우아한 얘기지?

 

누가 포위 중 아니랄까 봐
아침부터 혼났어

 

2016년 11월
알레포 포위 5달 경과

 

타이어를 태운 연기로
적군의 시야를 가린다

 

알레포 반란 만세!

 

독재자의 성을 뒤흔들자!

 

물자는 동나고

 

채소, 과일은
자취를 감췄다

 

기저귀와 우유도
찾기 힘들다

 

애를 기르기엔
최악의 환경이다

 

아빠의 이야기 시간!

 

집이 무너진
꼬마 얘기 해주세요

 

꼬마 얘기? 알았어

 

한 꼬마가
엄마, 아빠, 형, 누나랑

 

냠냠 밥을 먹었어

 

꼬마가 밥을 먹다
발코니로 나갔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나타난 거야

 

비행기가 폭탄을 쐈어

 

어디 떨어졌게?

 

꼬마 집이야

 

이웃들이 죽고

 

부모님도 돌아가셨어

 

구급차가 와서

 

건물에 깔린 꼬마를
구해줬단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좀 어때?

 

괜찮아

 

뭐 만들어?

 

남은 건 이게 다야

 

먹긴 먹어야 하지만

 

애들이나 남편한텐
얘기 안 하려고

 

이런 음식은 낯설어서
안 먹으려 할 거야

 

이게 다 뭐야?

 

이사 간 친구들요

 

포위되니 힘들어?

 

포위는 괜찮은데
친구들 보고 싶어요

 

남은 사람들도

 

한 명씩 한 명씩
자꾸 떠나요

 

건물 밑에 깔리거나
폭탄에 맞고요

 

아니면 죽어요

 

떠난 친구들한테
할 말 있어?

 

나만 두고 갔지만
용서해줄게

 

잠깐 와봐

 

깜짝 선물이야
보면 놀랄걸

 

선물은 밝은 데서 줘야지

 

토마토는 아니야
약속해

 

감이잖아!
어디서 났어?

 

와드랑 나눠 먹어

 

아직 덜 익었어
딱 하나밖에 없더라

 

가만히 두면 익나?

 

누가 보면 꽃이라도
준 줄 알겠네

 

포위 때문에
감을 못 먹는다고 투덜댔거든

 

이젠 괜찮아?

 

감이 있으니
당장은 괜찮아

 

속이 메슥거린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아니
난 또 임신했다

 

알라시여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음식도 없는데

 

네 동생이
무사히 태어날 수 있을까?

 

러시아군이
동알레포의 병원들을 포격해

 

남은 건 이곳뿐이다

 

팔을 잃었어

 

- 안으로 데려가요
- 심하게 다쳤어

 

아직 살아있어요

 

아직 죽지 않았어요

 

하루에 환자를
300명은 받았다

 

혈청 가져와

 

사마 네 아빠가 책임자란다

 

수도 공급까지 끊겼다

 

난 모든 순간을 담으려
촬영을 계속한다

 

이거 지금 찍고 있어?

 

어떻게 저들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이거 빠짐없이 다 찍어

 

엄마가 우유 가져왔어!

 

- 알라아, 제발 눈 좀 떠봐!
- 정신 차려

 

부탁이야
알라아... 제발 일어나!

 

애를 감싸랬잖아

 

알라아, 눈 떠!

 

제정신으로
버틸 자신이 없다

 

옳지

 

나흘 만에 네 아빠와
시간을 보낸다

 

수술과 촬영으로
눈코 뜰 새 없다

 

너와 함께할 시간은
고사하고

 

감정을 느낄 새도 없다

 

응?

 

우리 찍어주게?

 

정부군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

 

살려고 정부군 쪽으로
탈출하는 이도 있다

 

정부군은 그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다

 

10명쯤 되는 가족이
다 죽었어

 

가자
사상자가 더 있어

 

비켜주세요

 

아래로 데려가
머리에 파편 박혔어

 

아빠 보고 싶어요
아빠!

 

무슨 일이 있었니?

 

모르겠어요
폭탄 때문에 손 다쳤어요

 

한집에서 살았니?

 

네
원래 다 같이 살았어요

 

그런데 다 죽었어요

 

안 돼
제발 일어나

 

이럴 수는 없어!

 

그만해, 죽었어

 

이제 그만해

 

맥이 없어
이미 죽었다고

 

내 딸아
어디로 떠난 거야?

 

너 하나라도 살리려고
탈출한 건데

 

우리 탓이야!
우리가 실패했어

 

눈을 감아도

 

붉은색이 보인다

 

사방이 피로 넘실거린다

 

벽에도 바닥에도
입은 옷에도

 

때로 눈물 대신
피가 흐른다

 

반군 지역이
하나둘 점령당한다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구석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제 딸이 안에 있어요

 

- 모하마드!
- 모하마드 자요

 

봤어요?

 

사마를 맡겼거든요

 

또 폭격할 거야

 

어디 떨어졌어?

 

기다려

 

있던 자리에 둬

 

가져가서 뭐 하게?

 

따뜻하잖아

 

난로로 쓰면 되겠다

 

이것 봐

 

몸 데우기 딱 좋아

 

폭탄을 맞아도
추운 건 추운 거지

 

또 떨어질 거야
도망쳐!

 

아까 폭격기 봤어

 

지하로 갈까?

 

어쩔까?
내려가야 하나?

 

그럴까?
가자

 

사마,
네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너도 상황을
다 알고 있다

 

심지어 울지도 않는다

 

그 사실이 얼마나 속상한지

 

정부군은
염소가스까지 쏜다

 

우린 세상에 외친다

 

도와달라고

 

너희 아빠도
계속 방송사와 연락한다

 

그렇습니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죠

 

우리가 사는 곳으로
별별 무기가 다 날아와요

 

폭탄, 확산탄, 염소가스
사제 폭탄, 폭격기...

 

국제 공동체의 도움이 절실한...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참상을 알리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알레포의 함자 알카-팁 선생님

 

엄마와 아기

 

수많은 사람이
내 보도를 본다

 

하지만
아무도 정권을 막지 않는다

 

우리에겐 서로뿐이다

 

누가 지금 상황을 보고

 

일일 폭격 드라마래

 

폭탄 출연진도 화려해

 

대통령이 캐스팅한 미사일
포탄, 총알...

 

못 미덥지만
그나마 이 방이 안전해

 

애들이 무섭대?

 

응
특히 나야가

 

미사일 소리 들었어?

 

네
여기랑 저기서 들렸어요

 

무슨 소리 같았어?

 

이빨이 이만한
괴물 소리요

 

밤새 미사일 소리를
듣다 보니까

 

나도 아내도 힘들어

 

예전엔 책도 읽고

 

흘러간 옛 노래를
듣곤 했는데

 

예전이나 그랬지
솔직히 지겨웠어

 

어제도 노래했으면서!

 

불러봐!

 

목 좀 풀고

 

이제 다 끝났다

 

적군이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네 아빠가
날 붙잡고 말했다

 

"내 눈을 봐"

 

"우린 죽을 거야"

 

"사마를 포기하자"

 

"부모 정체를 몰라야
애가 살 수 있어"

 

난 너를 포기할 수 없다

 

네겐 부모를 잘못 만난
죄밖에 없는데

 

차라리 널 낳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함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고향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 여보세요
- 여보세요

 

제 목소리 잘 들려요?

 

네
잘 들립니다

 

책임자를 바꿔주세요
지금 시간이 별로 없어요

 

러시아 측에서
시간이 촉박하답니다

 

UN에서 연락이 왔다

 

러시아 측 경고와 함께

 

"항복하면 살려주겠지만"

 

"알레포를 떠나라"

 

이게 러시아놈들 작전이야

 

살인에 폭격에
별짓을 다 하다가

 

이게 유일한 방법인 양
선심 쓰는 척하는 거지

 

다른 방법이 없어

 

아무도 믿지 못했다

 

협상할 때까지 살려준대?

 

아니면 질질 끌면서
다 죽이겠대?

 

당연히 질질 끌겠지
너도 참 의심 많다

 

전선에서 며칠 버텨보자

 

사람들은 버티는 데 질렸어

 

전기도 물도 없는데
어떻게 버티냐고 할걸

 

살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너와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 희생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미래를 빼앗겼다

 

알레포는 이제 없어요

 

2016년 12월
알레포 포위 6달 경과

 

모두 도시를 떠날
준비를 한다

 

이별은 죽음보다 괴롭다

 

우리는 반드시 돌아온다

 

부상자와
그들 가족부터 보낸다

 

난 너를 재우고 나왔다

 

이 순간을 기록해야 하니까

 

우리 모두
무사하면 좋겠어요

 

그럴 거예요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다들 춥대요
문 닫게 천천히 달려요

 

전선 가까이 왔다

 

구급차가 공격받고 있다

 

돌아가야 한다

 

저격수가 완전히
맛이 갔어

 

아까 네가 찍었던
그 애들이

 

차 밖으로 도망치더라

 

우리도 애들을 도왔어

 

떼죽음 당할 뻔했다니까

 

정부군을 믿을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을 싣고 떠날
버스가 왔다

 

우린 끝까지 남아

 

부상자를 안전히
보내야 한다

 

이 병원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다

 

네가 생후
첫 1년을 보낸 곳

 

짬을 내
둘째 딸을 검사했다

 

다행히 무사해 보인다

 

쫓겨나는 심정을
말해주시죠

 

이 병원에서
20일 넘는 시간 동안

 

수술을 890건이나
진행했어요

 

환자는
6천 명 넘게 받았고요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거기 있는 사람이에요

 

이 병원처럼요

 

예쁘죠?
이곳이 우리 집이에요

 

제 보금자리였죠

 

다시는 못 돌아온다니
거짓말 같아요

 

어떤 말로도
제 심정을 설명하지 못해요

 

여긴 우리 도시예요
쫓겨나고 싶지 않아요

 

화분을 가져가려고요

 

새로운 곳에 가서
키울 거예요

 

적막이 도시를
죽음처럼 에워싼다

 

사마
넌 알레포를 기억할까?

 

떠나지 않은 우릴
비난할까?

 

아니면 떠났다고 비난할까?

 

8일이 지났다

 

우리가 떠날 차례다

 

지금은 오전 9시

 

눈이 내립니다

 

우릴 데려다줄 차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린 돌아올 거야
약속해

 

이제 정말 끝이네

 

아냐
언젠가 돌아올 수 있어

 

눈물도 다 말라붙었어

 

50시간 넘게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이유는 모른다

 

그래도 서로가 있어
춥지 않다

 

그러다 명령이 내려왔다

 

내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함자는
몇 번이나 뉴스에 나왔다

 

검문당할까 봐 두려워?

 

응, 그렇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살려 보내선 안 되는
인물 명단을

 

만들어놨을지도 몰라

 

심장이 튀어나오겠어

 

다음 검문소가
가장 위험합니다

 

이제 정부군 검문소예요

 

함자!

 

우리 살았어

 

당신이 무사해서
너무 다행이야

 

- 다들 무사하네
- 너도

 

정말 다행이다

 

엄마 왔어

 

무사히 통과했네

 

얼른 타

 

사마
우린 살았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안 든다

 

살아있음에 감사할 뿐

 

난 알레포와 함께
모든 걸 잃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젠 타이마가 있다

 

아이는 고향처럼 포근하다

 

내겐 영상도 있다

 

내가 찍은 이들은
영원히 남는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난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아직 남은 상처가
날 괴롭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사마 너도 자라면
네 감정을 말해주겠지

 

우린 가장 중요한 것을
쟁취하기 위해 싸웠다

 

너 같은 아이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도록

 

우리 싸움은
전부 널 위해서였다

 

바로 너
사마

 

감독
와드 알-카팁 & 에드워드 와츠

 

이곳은 알레포
정의란 무엇인가

 

자막/ 서영지
번역/ 신지원

 

자막 제공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