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초록지붕집에 온 후로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봄이 지나고
난 12살이 되었습니다

 

학교도 오늘로 일단락

내일부터 여름방학이에요

 

네가 그렇게나
필립스 선생님을 좋아했었다니

진심으로 좋아해서 운 건 아니에요

주변에 휩쓸린 거예요

우리에게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고
선생님이 얘기하기 시작했더니

평소에는 정말 싫다고 했던 루리까지
울기 시작했으니까요

이별이란 건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네요

 

하지만 2개월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는걸요

언제까지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을 순 없어요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목사님 부부를 만났어요

목사님은 무척 다정해 보이는 분이고

사모님은 정말 정말
예쁜 분이셨어요

아름다운 소매가 부푼 옷을
입고 계셨어요

 

제인은 목사 사모님치고는
너무 화려하지 않냐고 했지만

부푼 소매를 동경하는 마음

전 잘 알고 있거든요

난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 좋은 사모님인 것 같아 다행이구나

다음에 목사님 부부를
다과회에 초대해야겠구나

멋져요!

하지만 이 일은 매튜에겐 비밀이야

어딘가로 도망가버리면 곤란하니까

미인 사모님만큼 내성적인 매튜를
떨게 할 사람은 없으니까

 

알았어요

가을부터는 필립스 선생님 대신
새로운 선생님도 오시고

만남이란 건 멋지네요

 

앤 셜리

미래를 읽을 수 없어서 다행이야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도

맘대로 쓸 수 있으니까

마음을 읽을 수 없어서 다행이야

숨결 하나

사랑스러움을 알게 돼

수다쟁이 풀도

변덕쟁이 구름도

태어난 이유 같은 건

아마 모르겠지만

가르쳐줬어

세상은 재미있다는 걸

계속 앞으로도

여기서 기다릴게, 기다리고 있을게

꿈은 부끄럼쟁이라서 숨바꼭질을 잘해

눈을 감고 있어, 아아, 아직이야?

너에게도 만나게 해주고 싶으니까

여기서 기다릴게, 기다리고 있을게

기대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손꼽아 기다릴게, 너는 태양이야

마중 나와줄게

그런 예감만 계속 갖고 있어

 

제5화
매사에 밝은 면을 생각합시다

 

거기 서!

 

잡았다!

 

더는 못 뛰어

나도

그럼 다음엔 명령놀이하자

명령놀이?

룰은 간단해

누군가를 지명해서 명령하는 거야

그 명령을 성공하면 승리

못하면 명령한 사람 승리야

재밌을 것 같아

누가 먼저 할래?

내가 명령할게

그래, 다이애나

 

정원을 빙그르 오른발로만
한 번도 쉬지 않고 돌아봐

왼발을 한 번이라도 대면 지는 거야

좋아

 

힘내, 다이애나!

대단해

이대로 가면 다이애나 승리야

글쎄, 어떨까?

 

아야야야

내가 졌어

 

별거 아니네

 

다음엔 내가 조시에게 명령할게

 

저 울타리 위를 걸어봐

 

이런 명령 완전 별거 아니야

 

낮은 울타리를 걷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야

난 지붕 위를 걸었던
여자애를 아는걸

어머, 그래?

하지만 넌 걷지 못하잖아

걸을 수 있어

앤!

그럼 그걸 증명해봐

 

앤 셜리

저 헛간 지붕을 걸어봐

 

안 돼, 앤

저기서 떨어졌다간 죽을 거야

조시, 그런 걸 명령하다니 비겁해

어머, 명령을 실행할지 말지는
앤의 자유야

물론 거절해도 돼

 

할게

앤!

 

저기, 앤, 부탁이야, 하지 마

꼭 해야만 해

이건 명예가 걸린 일이니까

 

저 지붕을 끝까지 걸을지

아니면 떨어져서 죽을지
둘 중 하나야

 

앤!

 

앤!

 

앤, 일어나

앤, 앤!

 

앤, 너 괜찮아?

모르겠어

의식불명일지도

아픈 곳은 없어?

발목이...

 

매튜, 앤이...

 

앤!

무슨 일이에요?

우리 헛간 지붕에서
떨어진 모양이에요

 

괜찮아요, 마릴라

조금 삔 것뿐이에요

 

하마터면 발목이 부러질 뻔했어요

그러니까 매사에 밝은 면을 보자고요

 

어, 어쨌든 집안으로

의사를 불러야죠

앤?

앤!

앤!

발목이 부러졌습니다

6주간은 안정시켜 주세요

그럼 몸조리 잘하길

감사합니다

저기요

전 이미 충분히 벌을 받았으니까

너무 혼내지 말아주세요

 

절 불쌍하다고 생각하세요?

네가 잘못한 거잖니

하지만 마릴라라면 어떻게 했겠어요?

만약 지붕 위를 걸으라고 명령받았다면

나라면 단단히 지면에 서 있으라고

자신에게 명령할 거다

 

6주간은 이 상태네요

나에게 상상력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분명 훌륭히 도움이 될 거예요

상상력이 없는 사람이 발목이
골절됐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그 후로 누워있기만 한 날들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 일도 있었어요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잘 알게 됐는걸요

걱정했단다

아주머니, 제 잘못이에요

제가 명령놀이를 시작했어요

제가 지붕 위를 걸으라고 명령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앤을
혼내지 말아주세요

혼내려면 절 혼내세요

 

앤, 너

이 애들에게 뭐라고 한 거니?

 

그건 설마...

모건 부인의 신간이야

마지막에 충격의 반전이 있어

그거 기대된다!

 

다이애나는 매일 와주고

책은 마음대로 읽을 수 있고

누워만 있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네

무슨 소리니?

신학기가 시작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새로운 선생님은 어떠니?

스테이시 선생님 말이죠

그렇게 친절하고 멋진
선생님은 없을 거예요

정말 아름다운 금발에

눈동자도 반짝반짝하고

너무 훌륭해요

모두 일주일 간격으로
시를 암송한대요

숲으로 가서
꽃이나 작은 새를 연구하거나

아침과 해 질 녘엔
체조를 하고 있어요

그런 선생님 본 적 있어요?

앤, 지붕에서 떨어졌어도 네 혀는
전혀 다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구나

 

자막 *isulbi*

 

이 시를 외우는 것까지 배웠어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치, 정말 예쁘지?

오늘부터 앤 셜리가 발 부상이 나아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앤

잘 부탁해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이거 전부 선생님이 만드셨어요?

그래

대단해

나도 너희들의 규칙에 따를게

자, 먹어보렴

잘 먹겠습니다

 

맛있어!

선생님, 제 것도 드세요

제 것도요

그럼 사양 않고 먹을게

 

어라, 스테이시 선생님은?

 

오늘 수업은 이걸로 끝이지만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다 함께 콘서트를 열어서

그 수익으로 학교 깃발을
만들지 않을래요?

이 학교는 깃발이 없잖아요?

그리고 다 함께 하는 콘서트도
분명 즐거울 거예요

엄청 좋을 것 같아요

정말 멋져

해보고 싶어요

저도요

 

그럼 바로 프로그램을 정해가죠

 

저 스테이시 선생님이 정말 좋아요

목소리도 엄청 예뻐요

제 이름을 부를 때도

끝에 제대로 e 스펠을
붙였단 걸 느꼈어요

그거 다행이구나

그래서 말이죠

전 그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시를 암송하게 됐어요

공부에 써야 할 시간을
헛되게 하지 않으면 좋겠다만

그럴 시간이 있다면
서툰 수학 문제를

한 문제라도 더 푸는 게 어떠니?

나는 콘서트 같은 건
쓸데없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구나

 

그러게

꽤나 좋은 콘서트가 되겠지

 

앤, 넌 자신의 역할을

틀림없이 훌륭히 해나갈게다

 

고마워요, 매튜

 

그리운 고향의 시냇물이여

서쪽으로 흐르는 야생의 여울이여

멋있어, 앤!

 

그러고 보니 앤은
콘서트 당일에 뭐 입을 거야?

뭐냐니

이걸 입고 갈 생각이야

 

앤만 소매가 부풀지 않은 건가!

 

어서 오세요

뭐 찾으시는 거 있나요?

 

그...

그게...

오... 갈퀴는...

 

또 필요한 거 있으세요?

그러면... 그...

오... 건초 씨앗을...

건초 씨앗은 봄에만 두는데요

아, 그런가요

그, 그럼...

저기 돈은?

 

이거 실례를...

 

그게...

네!

혹시...

폐가 되지 않는다면

그...

조금만...

오... 오...

흑설탕이잖아요

 

게다가

갈퀴라면 헛간에 잔뜩 있을 텐데

쓸모없진 않아

 

앤의 옷을?

마릴라에게는 부탁할 수 없어서

 

그럼 만들 때 뭔가 주문이 있으세요?

소, 소매를...

부풀게 하는 거죠?

아주 쉽답니다

 

주문하신 상품이 다 됐습니다

주문?

 

그래서 매튜는 요 2주동안

혼자서 히죽히죽 웃었던 거군요

 

메리 크리스마스, 마릴라!

메리 크리스마스, 매튜!

이렇게나 눈이 쌓이고

멋진 화이트 크리스마스네요

 

왜 그러세요?

 

앤, 이걸...

뭔데요?

저에게 주시는 거예요?

열어보렴

 

이걸 입고 오늘밤 콘서트에
나가도록 하거라

 

왜 그러냐?

마음에 안 드냐?

 

마음에 안 들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요

 

매튜!

이렇게 멋진 일은 없을 거예요!

아무리 감사를 해도 충분하지 않아요

너무나 기뻐서
꿈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앤, 너에게 이런 옷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매튜가 마련해준 거야

소중히 입어야 한다

물론이에요

저 이 소매에 걸고
훌륭히 해내고 말 거예요

그러니까 꼭 보러 오세요

꼭이요!

그럼

 

루비와 제인의
'요정의 여왕'이었습니다

힘내

그 다음은 '오터 강에게'의 암송입니다

앤 셜리, 부탁합니다

 

그리운 고향의 시냇물이여

 

서쪽으로 흐르는 야생의 여울이여

 

너를 가로지르는 나무판자와

잿빛 버드나무가 드리운 강가

강바닥 모래는 형형색색의 무늬를 띄고

너의 맑고 투명한 물결 사이로 반짝였지

내 인생의 기적이었던

유년시절의 선명한 환영이여

 

종종 너는 고독한 어른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리움에 가득찬 한숨을 불러 일으켰지

 

아, 다시 한 번 아무 근심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앤, 정말 멋졌어

너희들 덕분이야

그 다음은 다이애나 배리가 부르는

섬의 찬미가입니다

어떡해

엄청 긴장되기 시작했어

이래서야 잘 부를 수 있을까?

그러면 객석에 있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찾아봐

그럼 꽤 진정될 거야

무리야!

객석에 있는 사람을 보면
더 긴장될 거야

그럼 날 봐

맨 앞자리에 있을 테니까

나라면 볼 수 있겠지?

 

잘 들어

나만 보고 노래해

응, 해볼게

분명 잘할 수 있을 거야

 

다 잘 됐지?

그러게

10달러는 모이지 않았을까?

 

내가 말하는 건 다이애나 노래야

앵콜 받았을 때

나까지 자랑스러운 생각이 들었어

지금 이렇게나 칭찬받는 건
나의 소중한 마음의 친구라고

 

전부 앤 덕분이야

앤이 잘 보고 있어줘서

그때 뭔가 나에게 말을 걸었었지?

 

그건 뭐라고 한 거야?

그러게

 

괜찮아

 

괜찮다고

그렇게 말한 것 같아

아마도지만

아마도?

괜찮아는 알겠는데

네가 말해놓고 아마도는 뭐야?

아마도니까 아마도야

 

아마도라고 하면...

 

막 부대에 오르기 전에

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장미꽃을
길버트가 주웠어

 

그건 아마도 앤이
머리에 꽂고 있던 장미야

 

그, 그런 애가 뭘 하든 전혀 관심 없어

기다려, 앤!

내 생각에 길버트는 아마 너를...

 

우리 앤은 훌륭하게 잘해냈어

네, 저는 반대했지만요

오늘밤 앤은 훌륭했어요

그 애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영리한 아이야

그러네요

이제 에이번리 학교로는
부족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살림이 어려워도 그 아이가 바란다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데

 

오라버니

우리가 그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일은

퀸 학원에 보내는 거예요

 

그렇구나

이런 걸 생각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구나

 

레이첼이 드레스를
길게 만들어서

오늘밤 앤은 무척 키가 커 보였어요

 

소중한 것은 마음의 틈새에 간직해두니까

어느새 지나가는 거리의
꽃 하나도 지나치지 않도록

아침 햇살에 놀라서
밤의 어둠을 응시한다면

동경했던 세계를 눈 바깥쪽에서도
잘 찾아갈 수 있어

우울함이 자욱하네

소나기는 언젠가 그칠 거야

그 눈으로 그 귀로

느낀 것이 전부라고

마음이 원하는 쪽으로 걸어갈 거야

너는 쉽게

 

다음 시간
빨간 머리 만큼, 싫은 건 없다고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