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지붕집에 온 후로
봄이 지나고
학교도 오늘로 일단락
내일부터 여름방학이에요
네가 그렇게나
진심으로 좋아해서 운 건 아니에요
주변에 휩쓸린 거예요
우리에게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고
평소에는 정말 싫다고 했던 루리까지
이별이란 건
하지만 2개월의
언제까지 절망의 구렁텅이에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목사님은 무척 다정해 보이는 분이고
사모님은 정말 정말
아름다운 소매가 부푼 옷을
제인은 목사 사모님치고는
부푼 소매를 동경하는 마음
전 잘 알고 있거든요
난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 좋은 사모님인 것 같아 다행이구나
다음에 목사님 부부를
멋져요!
하지만 이 일은 매튜에겐 비밀이야
어딘가로 도망가버리면 곤란하니까
미인 사모님만큼 내성적인 매튜를
알았어요
가을부터는 필립스 선생님 대신
만남이란 건 멋지네요
앤 셜리
미래를 읽을 수 없어서 다행이야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도
맘대로 쓸 수 있으니까
마음을 읽을 수 없어서 다행이야
숨결 하나
사랑스러움을 알게 돼
수다쟁이 풀도
변덕쟁이 구름도
태어난 이유 같은 건
아마 모르겠지만
가르쳐줬어
세상은 재미있다는 걸
계속 앞으로도
여기서 기다릴게, 기다리고 있을게
꿈은 부끄럼쟁이라서 숨바꼭질을 잘해
눈을 감고 있어, 아아, 아직이야?
너에게도 만나게 해주고 싶으니까
여기서 기다릴게, 기다리고 있을게
기대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손꼽아 기다릴게, 너는 태양이야
마중 나와줄게
그런 예감만 계속 갖고 있어
제5화
거기 서!
잡았다!
더는 못 뛰어
나도
그럼 다음엔 명령놀이하자
명령놀이?
룰은 간단해
누군가를 지명해서 명령하는 거야
그 명령을 성공하면 승리
못하면 명령한 사람 승리야
재밌을 것 같아
누가 먼저 할래?
내가 명령할게
그래, 다이애나
정원을 빙그르 오른발로만
왼발을 한 번이라도 대면 지는 거야
좋아
힘내, 다이애나!
대단해
이대로 가면 다이애나 승리야
글쎄, 어떨까?
아야야야
내가 졌어
별거 아니네
다음엔 내가 조시에게 명령할게
저 울타리 위를 걸어봐
이런 명령 완전 별거 아니야
낮은 울타리를 걷는 건
난 지붕 위를 걸었던
어머, 그래?
하지만 넌 걷지 못하잖아
걸을 수 있어
앤!
그럼 그걸 증명해봐
앤 셜리
저 헛간 지붕을 걸어봐
안 돼, 앤
저기서 떨어졌다간 죽을 거야
조시, 그런 걸 명령하다니 비겁해
어머, 명령을 실행할지 말지는
물론 거절해도 돼
할게
앤!
저기, 앤, 부탁이야, 하지 마
꼭 해야만 해
이건 명예가 걸린 일이니까
저 지붕을 끝까지 걸을지
아니면 떨어져서 죽을지
앤!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난 12살이 되었습니다
필립스 선생님을 좋아했었다니
선생님이 얘기하기 시작했더니
울기 시작했으니까요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네요
여름방학이 시작되는걸요
있을 순 없어요
새로운 목사님 부부를 만났어요
예쁜 분이셨어요
입고 계셨어요
너무 화려하지 않냐고 했지만
다과회에 초대해야겠구나
떨게 할 사람은 없으니까
새로운 선생님도 오시고
매사에 밝은 면을 생각합시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돌아봐
그리 어려운 게 아니야
여자애를 아는걸
앤의 자유야
둘 중 하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