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귀[모노노케] 제5화(368MB)

증오스럽다 생각되는 것

분하다 생각되는 것

용서할 수 없다 생각되는 그 무엇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끝 없는 바다에
자신의 몸을 던지는 일과 같소

끝 모를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일과도 같소

결코 보아서는 아니 되는

결코 생각해서는 아니 되는

심연의 바다

자아를 마음에 가진 채로는

결코 엿보아서는 아니 되는 장소

 

해귀[海坊主]

 

여는 노래 「하현의 달」
歌 : 코마츠 료타 × 찰리 코세이

 

원귀[모노노케]

 

새파란 달빛의 그늘 아래

방황하는 당신의 그림자

전하고 싶은 말도 전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만 흐르는 세월

 

거짓된 웃음 흘리는 법을 배우고

따뜻한 눈물 흘리는 법은 다 잊은

빈껍데기와 같은 공허한 너의 눈동자에는

무엇이 비추나

 

속절없는 하현의 달이

구름 사이로 숨어 지금

어둠이 고개를 내밀고 있네

부디 내게 진실을 말해주오

고독을 부둥켜안고

오늘도 한숨만 흘리는 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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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막

 

겐케이 님, 이 안에 50년 전
누이님께서 들어가

지금까지 바다를 떠돌았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제 알겠구려

용의 삼각지대는 이 허선의 원념이
만들어낸 원귀였단 말이로군?

 

하지만 그건 원귀의 진실이 아닌가 봐...

그래그래, 허선의 문을 열어
죽은 이를 정성스레 장사 지내 준다면

우리 배는 뭍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오

이, 이걸 연다굽쇼?

어찌 그런 무서운 일을 한단 말씀이십니까요?

50년이나 이 안에 갇혀 있었다잖아요

나오고 싶을 거예요...

 

저는 무서워요, 무섭습니다!

인간이 이 속에서
며칠이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죽어서 50년씩이나 바다를 떠돌았다면

시체가 있대도 다 썩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 가엾은
여인의 넋이라도 달래주자는 것이오

승려가 응당 해야 할 일일 터!

 

역시 열어야 하는 것인가요?

 

열어도...되는 거죠?

이 바다를 내내 방랑하다
썩어 원귀가 되고 싶지 않다면야

 

자진해서 원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요?

그리고 약장수님은 원귀가 돼 버린
사람을 성불시켜주려고

바다에 온 거잖아요

 

그럼 시작하겠소

으영차!

 

이거 참 빡빡합니다

 

약장수님! 힘 좀 합치자고요!

한 번 더!

으영차!

 

알겠소

 

그럼

 

모두 피해요!

 

정말~ 미리 말 좀 해주지!

 

열린다

 

나와 오요는 이 바다 근처에 있는
작은 섬에서 태어났다

 

바다는 우리가 어릴 때 부모를 데려갔지

오요와는 다섯 살 차이로,
달리 비슷한 또래의 친구도 없었기에

나와 오요는 항상 같이 지냈다

참으로 사이가 좋았지

아니, 지나치게 좋았던 것일까

 

난 열다섯의 나이에 불문에 귀의하게 되었다

 

마을에서 정해진 일이었기에

나도, 그리고 오요도

감히 거기에 반대하지는 못했던 것이었지

 

오라버니

 

오요

누이님은

어디에도 안 보여요

시체조차 없다니

 

그때부터 내 이름은 겐케이가 되었다

섬을 떠나 고된 수행에 정진하는 날이 이어졌지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낙오되어 가는 자들도 많았지만

나는 이내 견뎠다

오요를 잊으려 몸부림쳤던 것일지도 모르지

오요를 잊으려 몸부림쳤던 것일지도 모르지
-겐케이 님...

허나

오요는 나를 잊었던 적이 하루도 없었다 했다

오요는 나를 잊었던 적이 하루도 없었다 했다
-금붕어가 이렇게나 많다니!

내가 훌륭한 승려가 되길
-금붕어가 이렇게나 많다니!

기도하고 있었던 것이야
-어깨춤이 덩실덩실 나누만~

그러할 것이라는 건
-어깨춤이 덩실덩실 나누만~

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오라비와 누이는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인연

오요는 분명히 이 안에!

누이님이 원귀인 것은

 

아닌 듯하오

그럼 원귀의 진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또 원귀의 거리를 재려는 겐가?

이번에는 잴 뿐만 아니라

 

한번 낚아 볼까 생각하오

 

원귀의 진실을

 

이야기해

주시겠소이까?

 

50년 전의 이 허선과

누이님에 얽혀 있는 진실을

천칭이 진실을

밝힌다?

 

부처의 도리, 사람의 도리를 등지고

오요와 함께하기를 몇 번이나 꿈꾸었던지

그러나 나는 수행을 견디는 길을 택하였다

 

그런 후로?

그것은 덕을 쌓기 위해서 한 것이었는지,

번뇌를 떨치기 위해
다짐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그런 것이 아니었단 말씀입니까...?

 

나는 두려웠다

무서웠던 것이다

 

맺어질 수 없다 해도 오요의 곁에 있고 싶다

그것이 나의 본심

 

하지만 오요도 여자인지라

언젠가는 짝이 생기겠지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알게 되었을 때의 내 마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 될 터인지

그것이 그저 두려울 뿐이었다

 

겐케이 님께서 그런 마음을 갖고 계셨다니...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그 마음은
내 안을 차지하고 있었던 게다, 소우겐

 

이렇게 못난 스승이라 미안하구나

 

그런데 오요 씨는 왜 허선 같은 것에...?

 

그래,

그것은

 

내가 수행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을 때였다

용의 삼각지대라 불리는 바다는

요괴가 출몰하기 전에도

거센 풍랑이 잦아

많은 배가 가라앉고 있었다

 

특히 그해 여름은
섬의 배 절반이 침몰해 버렸지

 

섬에서 온 편지로 그를 알게 된 나는
그것을 내 숙명이라 여겼다

 

편지에는 제물이 되어
바다를 잠재워 달란 말이 없었으나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이대로 생애를 정체 모를 내 마음에
쫓겨다니기보다 제물이 되자

그것을 마을 사람들이 바란다면,

그리고

그 아이가 편해질 수 있다면

 

마을 사람들은 나의 결심을 듣고
허선을 준비하게 되었지

허선...

허선은 그런 것이었군

헌데 당초
겐케이 님이 타기로 되어 있었던 허선에

무슨 연유로 누이님이 들어갔는지?

 

섬 사람들은 그야말로 훌륭한 배를 만들어 주었다

 

그것이 바로 이 허선

 

만들었을 당시에는 아름답기 그지없었지

배를 타기로 한 날 새벽, 나는 오요와 재회했다

 

오요는 열여섯의 아리따운 소녀가 되어 있었어

만나지 않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어찌 되었든
나는 허선에 타지 못했을 테지

 

나는 무서워졌던 게야

안에서는 나올 수 없는 허선에 타고
그 길로 부처가 되는 일은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깨달았다

 

그러한 나의 무력함과 한심함을

오요는 고운 심성이라 말했다

이런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란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는데...!

 

하지만 떠날 시각은 다가오고,

섬 사람들은 내가 제물이 되기를 바라고 있지

그때 오요가 말했다

"오라버님 대신에
제가 허선에 타겠습니다" 하고

 

물론 그런 일을 시킬 수는 없다고 말렸다

 

한동안 서로 말이 오간 후 오요는 말했지

 

오라버님과 결코 함께할 수 없다면

다른 누구와 맺어지기 전에
저는 부처님의 곁으로 돌아갑니다

오라버님께서 공덕을 쌓고 계시는 동안

저는 계속

오라버님의 꿈만을 꾸고 있었습니다

그 괴로운 날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기꺼이 허선에 들어가겠어요

그럴 수가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오요는 그동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야

 

차라리 그때 둘이서
허선에 들어갔으면 좋았다

그조차도 나는 두렵게 생각되었다

그저 도망쳐 나오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나도 곧 목숨을 끊을 테니,
우리 내세에서 만나자꾸나'

마음으로 오요에게 다짐을 했지

 

하지만 죽을 용기마저 나에게는 없었다

아무런 인연도 없던 후지의 산에 들어가

수행의 날을 보냈다

 

나의 격한 수행을 사람들은 칭송했으나

50년 동안 나는
오요의 진혼을 계속해 왔던 게야

 

그렇게 오요 씨는 허선으로 들어가서
50년이나 바다 위를 정처없이 떠돌며

원귀가 되었다는 겐가

오요 씨가 불쌍해요!

 

아니다

아니라니, 뭐가요?

이 바다에 모인 원귀

그것은 오요 씨의 원념이 아니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겐케이 님, 그 손으로 숨기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

 

계속 보고 있었군?


-이제 와서 무슨 소리예요?

오요 씨가 두려워, 자신의 마음이 두려워
-겐케이 님의 오른쪽 눈은 원래부터!

두려움은 두려움을 부르고,

기어이 사람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그림자가 되어

당신과 몸을 나눠 갖고

바다를 떠돌고 있었다

겐케이 님!

 

진실은

당신이오!

 

그랬었군

나는 그것을
50년 세월 동안 두려워했단 말인가

 

그럼 오요는, 오요는 어디에?!

원귀가 되는 일 없이
바다에 바쳐져 바다와 하나가 되었소

저 해귀는 마음 밑바닥에 있는
그 어떤 것을 덮어 숨기기 위한

당신의

 

분

신

 

겐케이 님께 묻겠소

원귀를 벤다는 것은
겐케이 님의 마음을 베는 것

둘로 나뉘었던 마음을 하나로 합치고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여기고 싶었던
당신의 본심을

제자리로 되돌리게 될 거요

 

그래도 좋겠는가 묻겠소!

 

난 출세할 거야

 

스님도 잘 먹고 잘 살려고 된 거지,

누가 죽고 싶어 됐나?

 

난 살았다! 이 애는 참 멍청하군

...부처께 가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뭐야, 돈 말인가? 없어, 없어

오요는 계속 오라버님을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오라버님과는 결코 함께할 수 없다면

다른 누구와 맺어지기 전에
저는 부처님의 곁으로 돌아갑니다

 

왜일까요...
무척 따스한 마음이 들어요

 

동생은 내게 가르쳐 주었다

 

솔직히 난 오요를 좋아하는지 어떤지도 몰랐다네

이런 몹쓸 인간인 내가 단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사랑을 받는 기쁨

 

무던히도 오래 걸렸구나

 

원하는 일이오

베어 주시게

좋소

해방

하노라!

 

해방한다

 

겐케이 님

괜찮습니다. 숨도 붙어 있어요

원래는 아름다운 사람이었구나

 

왠지 살짝 웃는 것 같아

 

오라버니

 

오요?

 

당신이 없을 때는 왠지 잘 웃을 수 없어

꼭 이렇게…

특별할 것 없는 거리

보다 특별한 우리 추억들을

마음에 간직하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이제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는데

저기 하늘에 예쁘게 핀 여름의 꽃

바람에 춤을 추면서 떨어지네

이제 보이잖는 밤하늘에

쏟아지는 찬란한 별빛

그 시간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러워

닫는 노래 「여름의 꽃」
歌 : JUJU

 

지금까지 고마웠다

 

눈이...!

 

절대로

잊지 않겠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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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귀[모노노케]
다음 화도 기대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