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사귀었냐고?
나도 몰라
난 남들에 대해서도 모르지만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르니까
영화부에 새로 들어온
가볍게 생각했었어
없애는 건 언제든지 가능하니까
경과 관찰, 그런 느낌... 이었는데
시온!
키리토!
왔구나
보고 있으라고 한 건 너잖아
실은 이치카와 부장이 불러줬어
자기 옆에서 보고 있어도 된다고
그래?
다행이다
-저기...
아, 키리토부터 말해
아니, 시온이 먼저 말해
아냐, 아냐, 너부터 해
미안해, 심하게 말해서
시온이 최선을 다하는 거
나야말로 미안해
전부 키리토가 말한 대로인걸
앞으로 고쳐갈 테니까
청춘이구만
저기 있잖아
그래서 말이야
키리토한테 할 말이 있는데
우리 둘이서만
상관없는데 뭔데?
그건 단둘이 되면 말할게
그럼 가자
어라?
당분간 같이 등교 못해요, 죄송합니다
그 후
분명하게 날 피하기 시작했고
같은 방이고 절친이고
싸우기도 했지만 마음이 통했어요
혹시... 나 차인 거 아니야?
자막 *isulbi*
너는 손으로 만든 그림자로
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일상의 끄트머리에서 시작한
노을빛 아웃 포커스
주울 수 없었던 대사
조금 전 막 완성된 명작을
계획에도 없었던 아름다움에
우리들은 눈을 뗄 수가 없게 됐어
아, 이랬었던가 저랬었나
네가 활짝 이쪽으로 손을 흔드는 씬
이 순간 우리들은 끝을 알았었나?
아니 아직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아, 이랬었던가 저랬었나
나의 손이 흔들려 생긴 기적적인 씬
그 순간 크랭크업
카메라를 내려도
아니
이런 거 늘 있는 일이잖아
상대방이 정 떨어져서 페이드아웃
맞아, 맞아
비교적 친절하게
지금까지 그랬던 거 보다는
그거야 당신
영화부 선배로서는
남친으로서는 빵점이야!
그렇게 말할 것 같아
머릿속에 남아 있는 버그 같은 거
오늘은 기운이 안 나네
그냥 자자
요전에 여기서 잤었지?
이렇게 될 거였으면
최악!
하지만 할 거면 하라고!
큰일이네
머릿속이 시끄러워서
잠이 안 와
이런, 딱 보니 구제불능 모드구만
버그 상태네
침울한 건가?
뭔가 고민하는 거 아니야?
그야 많은 일이 있었잖아
저 녀석 진로도 안 정했고
진에게 잘난 듯이 말해놓고는
자기가 제일 영화부에서
연인도 생겼잖아?
잘 되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그래도 레이 다정한 사람이야
난 알고 있어
그러게
서툰 것뿐이야, 레이는
움직였다
뭔가 찾고 있는 거 같은데
진을 찾고 있는 거겠지
이럴 때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건
재밌는 버그 같은 건가, 라고
-저기...
나 알고 있었는데도
필름의 불빛을 물고 있어
나도 손끝으로 물어보네
자그마한 벽을 가진 시네마클럽
환상이 되는 복선
루프로 다시 보네
아직 너는 그곳에 있었어
대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친절할지 모르지만
한 번 해둘 걸 그랬나?
손을 못 놓고 있고
진밖에 없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