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제가 지금부터 신세를 지는 건
어떤 분인가요?

커스버트 씨라고 하는
오빠와 여동생 남매야

커스버트 씨 댁은
초록지붕집이라고 불리는데

집 주변에는 큰 나무가 심어져 있어

멋져!

저 나무 엄청 좋아해요

 

걱정 마

착하게만 있으면
이번에야말로 계속 있게 해줄 거야

이제 고아원엔
돌아가고 싶지 않잖아?

 

초록지붕집이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

 

뭐 하고 있니?

얼른 오렴

 

꽃이 잔뜩 있는 섬에

설마 내가 정말 살 수 있다니

앤 셜리

제1화 세상이란 정말 재미있는 곳이야

 

저기요, 역장님

 

왜 그러세요?

이 아이 금방
커스버트 씨가 데리러 올 건데

역사에서 기다리게 해도 될까요?

네, 괜찮습니다

얌전히 기다려야 한다

 

스펜서 부인,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대합실에서 기다리면 된다

그럼...

 

역장님

 

매튜

기차는...

진작에 갔습니다

그보다 저 아이가

계속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대합실에 있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밖에 있는 게
상상할 수 있어서 좋다고

이상한 아이야

 

저기!

커스버트 씨세요?

만나 뵙게 돼서 기뻐요

이제 데리러 안 오는 거 아닌가 해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이런저런 상상을 했어요

만약 올 수 없다면

오늘밤은 저 큰 벚나무에 올라가서
하룻밤 지낼까 하고

전 조금도 무섭지 않고

마침 달빛을 맞으면서

온통 피어있는 벚꽃 속에서
잠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이에요

게다가 오늘은 못 와도

내일 아침엔 꼭 데리러 오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늦게 와서 미안하구나

 

저쪽에 마차가...

 

가방을...

괜찮아요

제가 들 수 있어요

전 재산이지만 완전 가벼워요

 

지금부터 전
아저씨와 함께 사는 거군요

 

어머, 레이첼

좀 전에 매튜가 나가는 걸 봤는데

의사에게 간 거야?

 

아니요, 역에 갔어요

 

고아원에서 남자아이를
데려올까 생각했거든요

 

마릴라 진심이야?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는데

네, 오랫동안 생각했거든요

매튜도 나이를 먹었고

사람을 고용하는 건 귀찮고

마릴라, 당신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생판 모르는 아이를 집에 들이다니

잘 가르치면 괜찮을 거예요

고아원에서 데려온 여자아이가

우물에 독약을 탔다고 신문에...

걱정 마세요

우리가 데려오는 건 남자아이지
여자아이가 아니니까요

 

아저씨, 저기, 아저씨

 

저기 언덕에 새하얀
레이스 같은 나무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

 

글쎄다

신부예요!

아름다운 안개 같은 베일을 쓴 신부

 

이 길 희한하네요

어째서 빨간 걸까?

글쎄, 어째서일까?

좋았어

이것도 언젠가 알아낼 것 중 하나야

이제부터 발견할 게
많이 있다는 건 멋지잖아요

전 정말 살아있다는 게
기쁘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정말 재미있는 곳이거든요

 

만약 전부 아는 것만 있다면
반도 재미가 없을 거예요

상상할 여지가 없잖아요

저 너무 말이 많나요?

결심만 하면
금방 조용히 할 수 있어요

나는 상관없단다

어머!

아저씨와 제가 친해질 수
있을 거란 거 잘 알고 있었어요

저 말하는 게 너무 거창하다고
자주 비웃음받지만

커다란 생각이 떠오를 때는

커다란 말이 아니면
잘 표현이 안 되잖아요

그렇구나

 

커스버트 씨 댁은 초록지붕집이라고
불린다고 들었어요

집 가까이에 시냇물도 있을까요?

집 바로 아래쪽에 있지

멋져요!

제 꿈 중 하나는
시냇가에 사는 거였어요

저 지금 거의 완벽할 정도로 행복해요

 

하지만 아무리 해도
완벽하게 행복해지지는 않아요

이거 무슨 색으로 보이세요?

빨간색인가?

맞아요, 이제 아시겠지요?

깡마른 건 얼마든지
상상으로 없앨 수 있지만

이 빨간 머리카락만큼은...

자, 이제부터 내 머리는
아름답게 물결치는 검은색이야!

그렇게 믿어보려고 하지만

 

역시 빨간 건 계속 빨간 상태라

 

커스버트 씨?

커스버트 씨, 커스버트 씨!

 

슬슬 배고프지 않냐?

 

아저씨

우리가 지나온 저 하얀 곳은 뭐예요?

가로수 길 말이냐?

예쁜 곳이지

예쁘다는 말로는 완전 부족해요

아름답다는 말도 안 돼요

상상을 더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처음이에요

 

저곳을 가로수 길 같은 걸로
불러선 안 돼요

 

환희의 새하얀 길은 어때요?

 

시적이고 정말 좋은 이름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저곳을 가로수 길이라고
부르는 건 상관없지만

저는 지금부터 환희의
새하얀 길이라고 부르겠어요

 

저건요?

저건 배리의 연못이야

저라면...

 

반짝이는 호수라는 이름으로 할래요

 

좋은 소리네요

전 바퀴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 나는 거

정말 좋아해요

이 세상에 이렇게나 좋아하는 게
있다니 멋지지 않아요?

 

이 언덕을 넘으면
금방 집이 나올 거야

 

기쁘지만 슬퍼요

즐거웠던 드라이브가
이제 곧 끝나고 마니까요

 

자, 이제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초록지붕집은...

잠깐만요

제가 맞추게 해주세요

 

저기!

맞죠?

 

그래, 맞구나

 

한 눈에 보고
저곳이 집이라고 느꼈어요

 

마치 꿈 속에 있는 것 같아

저곳이 제 집이 되는 거군요

 

자막 *isulbi*

 

남자아이는 어딨어요?

 

이 아이는 누구죠?

 

매튜!

남자아이는 없었어

이 아이가 있었을 뿐이야

어째서?

나도 몰라

무슨 착오라도 있었는지

하지만 이 아이를 혼자서
그곳에 두고 올 수는 없어서 말이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나를 원한 게 아니었어!

역시 그런 거였어!

 

남자아이가 아니니까

너무나 근사해서

길게 가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날 원하지 않았어

날 기다려준 사람은 없었어

 

어떡하면 좋아

 

자, 그렇게 울 건 없단다

있어요!

만약 아주머니가 고아이고

앞으로 자기 집이 될 곳에 왔더니

이 아이는 누구야?

남자아이가 아니니까 필요 없어

그런 말을 들으면

분명 울 거예요!

 

그만 울거라

그래도 널 오늘밤
쫓아내진 않을 거니까

 

이름은?

 

그럼 코델리아라고 불러주실래요?

 

코델리아?

그게 네 이름이니?

아니요

하지만 그렇게 불리고 싶어요

엄청 우아한 이름인걸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부탁이에요

코델리아라고 불러주세요

진짜 이름은?

 

앤 셜리

 

앤, 좋은 이름 아니냐

너무나 현실적이에요

만약 앤이라고 부른다면

스펠링 마지막에
e가 붙은 앤으로 불러주세요

 

어떤 스펠링이든
부르는 방법은 달라지지 않아

큰 차이가 있어요

훨씬 품위가 있는걸요

 

그래

그럼 e가 붙은 앤 양

가르쳐주렴

고아원에 남자아이는 없었니?

 

아니요

하지만 아주머니 아저씨가
원하는 건 여자아이라고

스펜서 부인이 말했어요

 

저는 안 된다고
어째서 역에서 말해주지 않았어요?

환희의 새하얀 길이나
반짝이는 호수를 보지 않았다면

이렇게 괴롭진 않았을 텐데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이 아이는

단지 우리가 도중에
나눈 얘기를 하는 것뿐이야

배가 고플 테니
식사를 준비해다오

 

아무것도 먹질 않는구나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는 거예요

아주머니는 그럴 때
뭘 먹을 수 있나요?

잘 모르겠구나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어본 적이 없으니까

상상해본 적도요?

없어

그럼 어떤 건지 모르시겠죠

먹으려고 하면 목에...

 

잠옷은 가지고 있니?

 

너무 작긴 하지만

하지만 어떤 잠옷이라도
꿈을 꿀 수 있는 건 같으니까요

그것만이 위안이네요

말은 그만해도 되니까

 

얼른 옷 갈아입고
침대에 들어가거라

 

정말이지,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잘 자렴

 

잠이 올 리가 없잖아요!

이렇게 괴로운 밤은 없을 거란 걸

아주머니는 알고 있으면서!

 

끊은 거 아니었어?

못해먹겠어

 

내일 스펜서 부인에게 다녀오겠어요

저 아이 고아원으로 돌려보내야죠

 

그렇겠지

저 아이는 정말 재미있는 아이인데

매튜!

설마 저 아이를
떠맡자는 말은 아니겠죠?

저 아이가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 쪽에서

뭔가 저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매튜

저 아이에게 마법이라도 걸린 거군요

그러게

저 아이가 역에서 오는 길에 해준 얘기를

너에게도 들려주고 싶었다

저 아이라면 너의
좋은 말상대가 되지 않겠냐?

말상대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저 아이를 여기 둘 생각은 없으니까요

 

네가 하는 말은 언제나 옳지

 

잘 자거라

 

어젯밤엔 마치
이 세상이 끝난 것 같았는데

 

오늘 아침은 이렇게나 맑아서
정말 기뻐요

 

하지만 비 오는 날도 좋아해요

 

아침은 어떤 아침이든 정말 좋아요

그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여지가 있으니까

됐으니까 조용히 하고 먹으렴

 

제가 설거지할게요

어머, 할 수 있니?

아이를 돌보는 일을
훨씬 잘하지만요

이 집에 어린 아이가 없는 게
정말 유감이에요

 

어린애는 너 하나로 충분해

 

수고했다

외출하기 전까지 밖에서 놀고 오렴

네!

 

왜 그러니?

 

밖에 나갈 용기가 없어요

만약 여기에 있을 수 없다면

초록지붕집을 좋아하게 돼도
소용이 없잖아요

 

밖에 나가서 꽃이나 시냇물이나

저 눈의 여왕과 친해지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눈의 여왕?

방에서 보이는 큰 벚나무예요

제가 이름을 붙였어요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의미?

의미 같은 건 없어요

그러는 편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것뿐이에요

커스버트 아주머니도

항상 그냥 여자라고만 불리면 싫잖아요?

 

확실히 재미있는 아이이긴 하네

저 아이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기대하게 돼버리니까

나까지 마법에 걸리면 어떡해

 

매튜!

 

저 이 드라이브를
맘껏 즐기기로 했어요

마음먹고 나면 언제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게 저의 장점이에요

보세요!

일찍 핀 장미를 발견했어요

예쁘네요

핑크는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색이 아닐까요?

하지만 아쉽네요

빨간 머리를 가진 아이는
핑크색 옷을 입을 수 없어요

빨간 머리 아이가 어른이 돼서
다른 머리색이 된 사람 있어요?

글쎄, 본 적 없구나

 

그럼 이걸로 또 하나
희망이 사라졌어요

제 인생은 파묻힌 희망의 무덤이네요

오늘도 반짝이는 호수를 지나나요?

오늘은 해변길로 갈 거야

그렇게나 말하고 싶으면 차라리
너에 대한 거라도 얘기하는 게 어떠니?

 

저에 대한 건 얘기할 가치가 없어요

상상한 얘기보다 나아

어디서 태어났고 몇 살이니?

 

3월에 11살이 됐어요

 

태어난 곳은 노바스코샤

아버지는 월터 셜리

어머니는 버사

두분은 볼링브로크의 작은 집에서
가정을 꾸렸어요

제가 태어나고 얼마 후에
아빠도 엄마도 돌아가셔서

그 집은 기억하진 못하지만

몇 번이나 상상해봤어요

 

토마스 아주머니 집에서
설거지를 했을 때도

하몬드 아주머니 집에서
세 쌍의 쌍둥이를 돌봤을 때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그 작은 집의 문에는
은방울꽃이 피어 있어요

창문에는 인동덩굴이 엉켜있고

모슬린 커튼이
걸려있는 게 분명해요

전 거기서 태어났어요

 

하몬드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아주머니도 집을 정리하게 돼버리고

그 후엔 아무도 저를 원하지 않아서
고아원에 들어갔어요

 

그 하몬드나 토마스 아주머니들은
너에게 잘해주셨니?

네, 하지만

 

주정뱅이 남편이 있거나
여러모로 힘든 일이 있어서

그래도 틀림없이
잘해주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갈매기 멋지네요

 

바다 위를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어서

 

아주머니 갈매기가 돼보고 싶지 않아요?

 

전... 되고 싶어요

 

어머, 그런 일이요?

 

분명 남동생인 로버트가
자기 딸 낸시를 보내서

당신이 여자아이를 원하고 있다고

맞지, 플로라?

맞아요, 엄마, 그렇게 말했어요

정말이지, 낸시도 참

 

그래서 지금이라도 이 아이를
고아원으로 돌려보낼 수 있나요?

 

그렇다면

블루잇 부인이 도와줄 여자아이를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으니

앤이 딱 적당하겠네요

오늘도 오셨답니다, 블루잇 부인

 

커스버트 부인은 저쪽에

앤, 넌 여기

블루잇 부인

좋은 아이를 찾았어요

 

나이는 몇 살이냐?

 

11살이에요

 

이름은?

 

앤 셜리

 

그다지 볼품 없어 보이지만
야무져 보이는구나

내 집에서는 착하고
예의 바르지 않으면 안 돼

먹여주니까 말이야

그 정도의 일은 해줘야겠다

 

결정됐네요

커스버트 부인

이 아이를 맡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지금 당장
제가 데리고 가도 좋습니다만

글쎄요

딱히 매튜도 저도
이 아이를 떠맡지 않기로

확실히 정한 건 아니랍니다

 

단지 어째서 이런 착오가 생겼는지
여쭤보러 온 것뿐이라

다시 한 번 이 아이를 데리고 돌아가서

오라버니와 의논을 할까 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지요?

블루잇 부인

 

사, 상관없습니다만

 

정말 아저씨랑 의논을?

아니면 전부 제 상상?

그런 것도 구별도 못한다면

역시 그 상상이란 것을
어떻게 해야겠구나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정한 건 아니야

 

내가 귀여워하고 있는 건

설령 강아지라도

그 블루잇이란 사람에겐 줄 수 없어

뭐, 결국 어디에 두는 게
좋을까 하는 문제예요

 

그렇다곤 해도 아이라니

그것도 여자아이라니
키운 적도 없고

그러게

하지만 저 아이는
정말 재미있는 아이야

 

재밌기보다는 도움이 되는 편이
좋은데 말이죠

그게 반대야

우리가 저 아이의 도움이 될 수 있어

 

하느님

들어주셨으면 하는 게 있어요

 

전부 말할 시간이 없으니까

중요한 거 두 가지만

 

우선 제가 어른이 되면
미인으로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제발 제발 제가 이 멋진
초록지붕집에 있게 해주세요

 

앤 셜리로부터

 

다음 시간
나, 예쁜 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