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퀸 학원에서의 학생 생활을 마친 나는

영문학 성적을 높이 평가받아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매튜와 마릴라도 무척 기뻐해줬고

대학에 진학할 준비를 하기 위해

초록지붕집으로 돌아온
어느 여름날의 아침

 

우리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앤이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야

 

안녕히 주무셨어요, 매튜

잘 잤니, 앤

 

 

어때요?

 

아주 맛있구나

 

요리란 게 이렇게나
즐거운 거였군요

그러니?

하숙집 부엌은
쓰기 힘들었거든요

그럼 여름방학 동안
요리는 전부 앤에게 맡길까?

문제없어요

열심히 만들겠어요

 

매튜?

왜 그러세요?

기분이...

 

매튜!

 

-매튜, 매튜!
-매튜, 매튜!

앤, 제리에게 의사를 불러오라고 말해줘

배리 씨랑 그리고 레이첼에게도

알았어요

매튜!

 

싫어

 

싫어!

 

싫어!

 

앤 셜리

미래를 읽을 수 없어서 다행이야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도

맘대로 쓸 수 있으니까

마음을 읽을 수 없어서 다행이야

숨결 하나

사랑스러움을 알게 돼

수다쟁이 풀도

변덕쟁이 구름도

태어난 이유 같은 건

아마 모르겠지만

가르쳐줬어

세상은 재미있다는 걸

계속 앞으로도

여기서 기다릴게, 기다리고 있을게

꿈은 부끄럼쟁이라서 숨바꼭질을 잘해

눈을 감고 있어, 아아, 아직이야?

너에게도 만나게 해주고 싶으니까

여기서 기다릴게, 기다리고 있을게

기대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손꼽아 기다릴게, 너는 태양이야

마중 나와줄게

그런 예감만 계속 갖고 있어

 

제10화
길모퉁이를 돈 곳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틀림없이 가장 좋은 것이 있을 거야

 

마릴라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어요

 

설마...

설마 매튜가...

그래, 앤

그런 것 같구나

 

갑자기 죽음이 찾아와서

애비 은행 도산
고통은 없었을 겁니다

무슨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럼...

 

오라버니!

마릴라

 

그렇구나

그렇게나 갑자기...

걱정 마세요

마음 단단히 먹으렴

 

들어갈게

 

오늘밤은 같이 있을까?

 

고마워, 다이애나

하지만 지금은 혼자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

 

매튜가 죽다니

아직 실감이 안 나서

그냥 가만히 조용히 생각하고 싶어

 

아래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말해줘

 

내 딸이잖니

 

내 자랑스런 딸이잖니

 

자, 그만 울어라

울어도 매튜는 돌아오지 않는단다

 

그렇게 울어봤자 아무것도 안 돼

우는 게 더 나아요

가슴이 아프고 괴로워서
견딜 수 없는 것보다

 

아, 마릴라

매튜가 이제 없다니

 

우리는 이제 어떡해야 해요?

 

잘 들으렴, 앤

너에겐 내가 있고

나에겐 네가 있어

 

네가 이 집에 오지 않았다면

난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을 거야

 

난 너를 엄하게 대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매튜만큼 사랑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주렴

이럴 때가 아니면

솔직해지지 못할 테니
말해두는 거야

 

널 내 친자식처럼 사랑하고 있단다

넌 내 기쁨이자 위안이란다

 

매튜가 돌아가시고
견딜 수 없이 쓸쓸해요, 앨런 부인

 

그런데도 정원에서
작은 꽃봉오리를 발견하면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뻐서 마음이 들떠요

오늘도 다이애나가 웃긴 얘기를 해서

그만 웃고 말았어요

지금은 웃을 때가 아닌데

 

매튜는 너의 웃음 소리를 좋아했었지?

네가 작은 것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걸
엄청 기뻐했었지?

맞아요

작은 꽃봉오리가 너를 치유해준다면

마음을 닫을 필요는 없어

 

즐기자꾸나, 이 세상을

매튜 몫까지

오늘 매튜의 무덤 옆에
흰 장미를 심고 왔어요

 

매튜는 하얀 스카치 로즈를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천국에도 하얀 장미가 있으면 좋을 텐데

 

분명 있을 거야

 

하얀 장미들이 천국에서
매튜를 마중해주고 있을까요?

그렇게 믿자꾸나

 

다녀왔어요, 마릴라

 

어서 오렴, 앤

 

인동덩굴이니?

맞아요

 

이렇게 하면
은은하게 향기가 감돌아서

마음이 편해요

 

달콤하고 좋은 향기로구나

 

좀 전에 스펜서 선생님이 오셨는데

내일 안과 의사가 마을에 온다는구나

잘 됐네요

꼭 진찰받으셔야 해요

그래서 내일은
너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데

다이애나에게 와달라고 할게요

걱정 마세요

이젠 딸기주스랑 와인을
착각하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요

 

그때의 널 생각하면
어이없는 짓만 저질러서

 

머리카락을 초록색으로 물들인 거
기억하고 있니?

 

물론이요

 

빨간 머리를 그토록
신경 쓰고 있었다니

 

하지만 그 시절의 나에겐
큰 문제였어요

 

지금은 빨간 머리도 주근깨도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그러게

 

자막 *isulbi*

 

다녀오셨어요, 마릴라

 

좀 전까지 다이애나가 와있었어요

응, 그러니?

괜찮아요?

피곤하시군요

잠시 누우실래요?

응, 아니, 글쎄

안과 선생님을 만나보신 거죠?

뭐라고 하셨어요?

 

이제 독서도 바느질도

눈에 부담이 가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하셨단다

 

우는 것도 좋지 않은 모양이야

 

선생님이 추천한 안경을 쓰면

더 이상 나빠지는 건
막을 수 있지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반년 안에 눈이 안 보이게 될 거라고

눈이 안 보이게 되는 거야, 앤

그럴 수가...

마릴라

선생님은 희망을 주신 거예요

조심하기만 하면...

이걸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매튜가 떠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울어선 안 된다니

견딜 수 없이 외로울 땐
어쩌면 좋니?

 

새들러 씨,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내가 이 초록지붕집을
팔 생각이란 얘길 듣고

저 사람이 사고 싶다고
말하러 왔어

팔아?

초록지붕집을 판다고요?

많이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야

내 눈만 괜찮다면
어떻게든 해나가겠지만

이런 상태로는...

 

팔아봤자 얼마 안 되겠지만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될 거야

 

네가 장학금을 받은 건
정말 고마운 일이야

 

단지 방학 때 돌아올 집이 없는 건

그것만은 미안하구나

그것만은...

마릴라, 초록지붕집을 팔면 안 돼요

나도 안 팔아도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

마릴라가 혼자 있을 필요는 없어요

 

저 레드먼드 대학에는 가지 않겠어요

 

대학에 안 간다고?

장학금은 받지 않기로 했어요

마릴라를 혼자 둘 수 없어요

저 다 계획을 세워놨어요

밭은 배리 씨가 빌리고 싶다고 하셨어요

 

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칠 생각이에요

앤, 너 무슨 소릴 하는 거니?

이미 결정했어요

에이번리 학교는 길버트 블라이스로
결정된 것 같지만

카모디라면 아직 빈자리가 있어요

조금 멀지만 마차라면 문제없어요

겨울이 돼도
주말에는 돌아올 수 있는걸요

 

마릴라에겐 맛있는 차를 타주고

책도 읽어줄게요

외롭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둘이서 즐겁게 지낼 수 있어요

 

안 돼

널 희생하게 만들다니

전혀 희생이 아니에요

초록지붕집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건 없거든요

 

전 여기에 남아서 선생님이 되겠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그리고 공부도 독학으로
계속 할 거예요

좋은 선생님이 돼서

마릴라의 눈을 지켜갈 거예요

 

하지만...

절 막으려 해봤자 소용없어요

16살하고 6개월

마릴라를 닮아서 고집쟁이니까요

 

마릴라

부탁이니까 절 가엾게 여기지 마세요

사랑하는 초록지붕집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전 기뻐서 견딜 수가 없는걸요

 

정말로 고마운 일이구나

마치 다시 살아난 기분이야

사실은 좀 더 고집을 부려서

너를 대학에 보내야 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게 불가능하니까

무리하지는 않으마

 

언젠가 보답을 하게 해주렴, 앤

아니요, 마릴라

보답 같은 건 필요 없어요

 

매튜

전 지금 길모퉁이에 온 것 같아요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지
아직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지켜봐주세요, 매튜

 

얘, 들었어?

앤 셜리가 대학 진학을 포기했대

 

정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까지 받았는데 말이야

선생님이 돼서
카모디에서 가르치는 모양이야

카모디라고?

머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바람 쐬고 있어?

 

들었단다, 앤

너 대학에 안 가고
여기에 남을 거라며?

정말 잘했구나

난 대찬성이란다

감사해요, 린드 아주머니

그리고 학교 선생님이 된다며?

맞아요

카모디에서 가르치게 됐어요

정말 기대돼요

이사회에서 넌 에이번리 학교로
결정됐다고 들었는데

 

그럴 리가 없어요

에이번리 학교는 길버트 블라이스가...

길버트 블라이스가 거절했어

 

자기는 화이트샌트 학교에서 가르칠 테니

대신 앤을 채용해달라고
이사회에 건의했다는구나

물론 그건 앤
널 위해서 한 거란다

네가 얼마나 마릴라와 함께 있고 싶은지

잘 알고 있으니까, 길버트는

화이트샌드는 하숙비도 들고

대학을 가기 위한 학비도
스스로 벌어야 하는데

정말 다정한 아이야

그런...

그런 일을 길버트가 하게 둘 수 없어요

절 위해서...

이제 무슨 말을 해도 늦었어

길버트는 계약을 끝내버렸으니까

 

네가 에이번리에서 가르치는 거야, 앤

이건 길버트의 바람이기도 해

 

어머나, 저렇게 서두르고

아직 꽤나 아이 같은 면이 남아 있네

꽤나 어른도 됐어요

 

마릴라 커스버트도
꽤나 부드러워졌네

 

길버트라면 외출했어요

어디로요?

글쎄, 어디에 갔는지는...

알겠습니다

그럼...

 

저기...

 

에이번리 학교 일은 들었습니다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정말 감사합니다

가보겠습니다

 

정답고 그리운 세상아

너는 참으로 사랑스럽구나

여기서 살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기뻐

 

길버트!

 

에이번리 학교를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정말 기뻤어

그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어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야, 앤

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야

 

-나...
-그리고...

 

너 먼저 말해, 길버트

 

그리고 어때, 앤?

옛날의 내 잘못 용서해줄 수 있을까?

물론이야

 

여기서 네가 보트로 구해줬을 때
이미 용서했는데

왜 이렇게 고집 센 바보인지

나 그때부터 계속 후회했어

 

우리들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되도록 태어났어, 앤

 

그 운명을 오랫동안 거역해 온 거야

 

다녀왔어요, 마릴라

어서 오렴

 

누구랑 얘기한 거니?

길버트예요

빛나는 호수에서 만나서
고마움을 전했어요

너와 길버트가 30분이나
서서 얘기를 나누는 사이였다니

앞으로는 좋은 친구로 지내는 편이
좋겠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저기요, 정말 30분이나 얘기했어요?

 

계절은 봄

 

태양은 돌고

시간은 7시

 

언덕은 진주의 이슬에 젖어

종달새는 하늘을 날아가고

달팽이는 가시를 기어가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모든 것이 평화롭구나

 

소중한 것은 마음의 틈새에 간직해두니까

어느새 지나가는 거리의
꽃 하나도 지나치지 않도록

아침 햇살에 놀라서
밤의 어둠을 응시한다면

동경했던 세계를 눈 바깥쪽에서도
잘 찾아갈 수 있어

우울함이 자욱하네

소나기는 언젠가 그칠 거야

그 눈으로 그 귀로

느낀 것이 전부라고

마음이 원하는 쪽으로 걸어갈 거야

너는 쉽게

 

다음 시간
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