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을 원했다
선천적으로 사령이 보이는
평온한 생활은 바랄 수 없다.
부모가 왕궁 마술사들에게 팔아넘기고,
네크로맨서로서
전장을 떠돌아다녔다.
말 그대로
나라가 멸망할 정도의 오랜 시간.
계속, 계속...
조용히 살고 싶었다.
평온을 원했다.
거짓이라도 좋아.
소꿉놀이라도 좋아.
그저,
어렴풋한 기억에 남은
평온한 생활을
원했다.
평온을,
평온을...
원했다.
그저, 그것뿐이었는데.
부정탔어!
영혼을 소멸시켜라!
사령술사가 영혼을 종속하게 두지 마라!
구원을, 구원을!
부정 탄 아이들에게 구원을!
갈망할수록 멀어져 간다.
복수는 즉각 시행되었다,
백 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우리가 잘못했어!
그러니 부디 구원을...!
구원을, 구원을!
가엾은 우리들에게 구원을!
제발 이제 죽여줘!
그 녀석들의 비명과
내 사령 마술에 끌어들려온 것인지,
언제부턴가 틀어박혀있었던 폐광은
송장들이 들끓는 미궁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평온을 원했다.
그래서 나는 기다렸다,
수십 년, 수백 년을.
자살조차 할 수 없게 된 나를
죽일 수 있는 자가 나타나기를.
그리고
전생의 비술은 성공했다.
바로 그렇기에
이런 데서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죽을 수는 없었는데...
이렇게 손쉽게?
배를 한 번 꿰뚫은 것뿐인데?
회복약은 안 갖고 있는 거냐?
자동 치유의 마도구는?
큰일인데.
이 대륙이 어디인지
아니,
그것보다 먼저
이대로는 암살자에 대한
위병들에게 쫓기게 되기라도 하면
평온한 생활을 보낼 수 없게 돼.
그보다...!
시체에다 대고,
자, 계속해 보자, 라니...
#02 이세계
내 머리는
여보세요,
이상하게 시간이 걸리고 있는데,
또 무슨 트러블이야?
아, 클라리사,
트러블을 넘어서 시스템 크래쉬야.
지금 동영상 데이터를 보낼게.
동영상?
찍혀있는 걸 보고 가르쳐 줘.
정신 나가 버린 건 내 머리인지,
아니면 이 신주쿠인지.
미사키?
미사키.
미사키는 귀엽구나.
미사키는 잘 웃는구나.
웃는 건 좋은 거야.
네 미소는
모두와 함께 행복해지렴.
미... 사... 키...
있잖아, 있잖아, 나 기억해?
네, 네 녀석...!
자키!
청부업자 살해자 자키냐!
정답이긴 한데,
조금 틀렸는데?
빌어먹을!
클라리사가 좀 귀여워해 준다고
그 클라리사의 의뢰야.
아안 보유자,
정보를 알아내기 전에 죽여버렸어.
안전 확보가 선결 과제야.
반격이었단 걸 증명할 수 없어.
본격적으로 이상해져버린 건가?
분명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거야.
이런 일이 용납될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