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평온을 원했다

 

선천적으로 사령이 보이는
아안 보유자,

평온한 생활은 바랄 수 없다.

 

부모가 왕궁 마술사들에게 팔아넘기고,

네크로맨서로서

전장을 떠돌아다녔다.

 

말 그대로

나라가 멸망할 정도의 오랜 시간.

 

계속, 계속...

 

조용히 살고 싶었다.

 

평온을 원했다.

 

거짓이라도 좋아.

 

소꿉놀이라도 좋아.

 

그저,

어렴풋한 기억에 남은

평온한 생활을

원했다.

 

평온을,

평온을...

원했다.

 

그저, 그것뿐이었는데.

 

부정탔어!

 

영혼을 소멸시켜라!

사령술사가 영혼을 종속하게 두지 마라!

구원을, 구원을!

부정 탄 아이들에게 구원을!

 

갈망할수록 멀어져 간다.

 

복수는 즉각 시행되었다,

 

백 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우리가 잘못했어!

그러니 부디 구원을...!

구원을, 구원을!

가엾은 우리들에게 구원을!

제발 이제 죽여줘!

 

그 녀석들의 비명과

내 사령 마술에 끌어들려온 것인지,

언제부턴가 틀어박혀있었던 폐광은

송장들이 들끓는 미궁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평온을 원했다.

그래서 나는 기다렸다,

수십 년, 수백 년을.

자살조차 할 수 없게 된 나를

죽일 수 있는 자가 나타나기를.

 

그리고

전생의 비술은 성공했다.

 

바로 그렇기에

이런 데서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죽을 수는 없었는데...

 

이렇게 손쉽게?

배를 한 번 꿰뚫은 것뿐인데?

회복약은 안 갖고 있는 거냐?

자동 치유의 마도구는?

 

큰일인데.

이 대륙이 어디인지
정보를 알아내기 전에 죽여버렸어.

아니,

그것보다 먼저
안전 확보가 선결 과제야.

이대로는 암살자에 대한
반격이었단 걸 증명할 수 없어.

위병들에게 쫓기게 되기라도 하면

평온한 생활을 보낼 수 없게 돼.

그보다...!

 

시체에다 대고,

자, 계속해 보자, 라니...

 

#02 이세계

내 머리는
본격적으로 이상해져버린 건가?

 

여보세요,

이상하게 시간이 걸리고 있는데,

또 무슨 트러블이야?

아, 클라리사,

트러블을 넘어서 시스템 크래쉬야.

지금 동영상 데이터를 보낼게.

동영상?

찍혀있는 걸 보고 가르쳐 줘.

 

정신 나가 버린 건 내 머리인지,

아니면 이 신주쿠인지.

 

미사키?

 

미사키.

 

미사키는 귀엽구나.

미사키는 잘 웃는구나.

웃는 건 좋은 거야.

네 미소는
분명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거야.

 

모두와 함께 행복해지렴.

 

미... 사... 키...

 

있잖아, 있잖아, 나 기억해?

네, 네 녀석...!

자키!

청부업자 살해자 자키냐!

 

정답이긴 한데,

조금 틀렸는데?

 

빌어먹을!

클라리사가 좀 귀여워해 준다고
이런 일이 용납될 줄 알아!

그 클라리사의 의뢰야.

아저씨, 요즘 표적 의외의 사람을
너무 죽여대니까 처리해버리래!

내가 본 당신은 사람을 죽이는 게
무척 즐거워 보였어.

지금은 어때?

내게 죽는 아저씨는 행복해?

지금의 난

그때의 당신이랑 똑같을 만큼
행복하게 보일까?

너...

설마 사키미야의...!

아, 앙갚음할 셈이냐!

아니면 청부업자니 야쿠자니
하는 것들을 골라서 죽여서

정의의 아군 행세냐!

이 위선자가!

아냐, 아냐, 그런 거 아냐.

나 있지,

당신을 보고 생각했어,

사람을 죽이는 건
그렇게 즐거운 일일까, 하고.

 

내가 청부업자들을 죽이는 건
재밌어 보이니까,

그것뿐이야.

 

하지만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확인해 본 적 없었네.

 

난 착한 사람은 죽일 수 있을까?

 

당신은 착한 사람?

그, 그래, 난...!

 

그럴 리 없지?

 

저 녀석이지?

청부업자 자키란 거.

웃으면서 죽이는
정신 나간 계집이라더군.

클라리사 씨도 왜 저런 꼬맹이를.

 

이 일을 수락하고 싶어?

이건 청부업자가 아니야,

그냥 어린애야.

응, 괜찮아.

이제 인생 목표는 끝나버렸으니,

확인해두고 싶어,

내가 어디까지 제정신이 아닌지.

 

그냥 죽여버렸네!

역시 나,

악인도 선인도 다를 거 없이 죽여버렸네.

 

역시 나 같은 건
살아있으면 큰일 나겠지?

아무도 행복해질 리가 없어.

나쁜 사람도 착한 사람도,

클라리사도 쿠루퐁도 하가네 쨩도,

나도, 분명 행복해지지 못하겠지?

이제 시험 안 해본 건

스스로 자신을 죽이는 것뿐이네.

 

여보세요?

나야, 쿠루야야.

무슨 일이야, 쿠루퐁?

나 지금 인생의 클라이맥스였는데.

응, 보고 있었어.

 

아, 있네.

죽는 건 네 맘인데,

일은 끝내고 나서 해.

 

네가 아까 목을
냅다 갈라버린 애송이가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니고 있어.

 

뭐야, 그거, 뭐야, 그거!

나, 그 앨 못 죽였단 거야?

그런 거지.

네 일은 아직 안 끝났어.

 

어라...

뭐지, 이거?

아까도 똑같은 얘길
쿠루퐁이란 한 것 같은...

 

아, 그렇구나.

방금 그게,

주마등이란 거?

 

다행이야, 눈을 떴네.

 

성공했네.

 

왜?

나, 배 찔렸지?

 

저기, 나, 죽었지?

왜 되살아났어?

아니, 되살아나진 않았다고 할까,

마술로 다시 태어났다고 할까...

아니 근데,

이게 무슨 상황이래?

 

클라리사!

중개업자인 클라리사가 왜 여기에...?

 

응,

차갑고...

 

맥박도 완전히 멈췄네.

 

걱정 마!

넌 완전히 죽어있어!

이쪽 언어로 말하자면 그...

그래,

넌 좀비!

 

착한 아이 여러분,

잘 지냈어?

내가 짬 날 때마다 쓰는
이 텍스트 데이터 말인데,

혹시 보는 녀석이 있다면,

아마 내가 미쳐버린 뒤겠지.

 

사키미야 미사키가 눈뜨기 40분 전

 

내 이름은 쿠루야 타쿠미.

신주쿠를 근거지로 삼은
나이스 가이다.

인터넷이나 드론을 써서
정보꾼 비슷한 일을 하는 비즈니스맨이야.

아, 물론 비행 허가는 안 받았어.

살짝 사정이 있어서

청부업자 녀석들의
시체 은폐를 돕기도 하는데,

뭐 그럭저럭 나름 얌전하게 살아왔어.

앞으로도 얌전하게 살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데이트를 방해해서 미안한걸,

시노야마 폴카 군.

...이라고 부르면 되겠지?

인사하기 전에 질문하고 싶은데,

그거 지금 뭐 하고 있는 걸까?

 

타쿠미 군,

저건?

저 아니에요.

아까 조작 불능이 된 드론이네요.

드론이 무음으로 나는 거였던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잠시 기다려주세요.

지금 고칠 거니까요.

 

타쿠미 군이 만든 CG, 는
아니었던 모양이구나.

그런 영상 만들 수 있으면
그걸로 밥 먹고살았죠.

 

좀 있으면 눈을 뜰 거라고 보는데요,

 

그래서,

당신들은 뭐 하는 사람들인가요?

 

그 아이,

미사키 쨩의 친구야.

미사키 쨩의 일을 인계받고 원수 갚기,

...를 하러 올 생각이었는데,

아직 저 애는 살아있다고 생각해도 돼?

저기,

조금 미묘한 상태네요.

간이 조치이긴 한데,

뇌수와 영혼은 무사하고,

육체도 고쳤어요.

남은 건 눈을 떴을 때

술사가 소생 마술을 걸면
되살아날 거...

 

소생 마술 말이에요.

마술...

어라?

분명 이 몸의 지식에도,

그 왜, 레X즈나 어라X즈나...

비디오 게임의 주문이지.

비디오... 게임?

 

저기,

이 나라에선 마술이나,
신령술을 쓰는 사람은...?

내가 본 건 지금 눈앞에 있는
네가 처음이지.

다른 나라에는?

자칭 마술사야 산더미처럼 많지만.

 

...은?

 

들어본 적도 없어.

어떻게 발음한 거야, 방금 거?

 

방금 건 집단 환각이에요.

속여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무섭네요, 환각.

 

속아넘어가 주실 수...

없을까요?

 

이 괴물이...!

 

이쪽은 잘 모르겠거든요,

당신들이 얼마나 잘 부서지는지,
잘 죽는지 말이에요.

 

어떡할까.

 

잠시 생각해 봐도 될까?

그런 느긋한 소릴...

알았습니다, 기다리죠.

그걸 또 기다리냐!

긴장감 없는 거야, 이 녀석?

아니,

여유인 건가?

 

이 사람들이 들고 있는 건

제국 현란대가 쓰던
무기를 닮아서 무섭네.

 

도망을 치든 싸움을 하든

마력은 충분할까?

 

아, 어쩌지...

 

가까워?

 

요즘 묘하게 자주 있네.

 

샤쿠자와 빌딩에 화재네요.

제 카메라 연결해 드릴 수 있어요.

 

샤쿠자와 빌딩?

아이들이 걱정인데,

이것만큼은
소방서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네.

 

그 판에 비치고 있던 건?

 

보는 대로 화재야.

 

아이들이 걱정이란 건?

샤쿠자와 빌딩엔
무인가 어린이집이 있거든.

물장사하는 엄마들이나

야쿠자 관련으로 부모가 죽은 애들을
맡아주는 시설이야.

 

지금 당장 거기에 안내해 주세요.

빌딩이 어딨는지도 모른다면
남일이잖아.

어째서 네가 신경 쓰지?

불태워진 적은 몇 번인가 있어.

 

그것은 무척 괴로워.

어린아이가 받아야 할 고통이 아니야.

 

알았어.

타쿠미 군, 안내해 줘.

네?

제, 제정신이세요?

그대로 도망칠 생각일지도...!

그러니까 네가 감시할 거잖아?

 

저기야.

 

이봐!

 

기다려!

 

뭐야, 저 녀석?

미사키한테서 도망칠 때보다
엄청나잖아!

 

저기 보여,

저 빌딩이야!

 

지금이라면 마력으로
아안의 힘을 증폭시킬 수 있어.

 

아직 아이들의 생명력이 느껴져.

 

아니 근데, 소방차와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였는데 어떻게...?

 

뭐?

 

방금 뭔가 뛰어들지 않았어?

응?

글쎄.

 

그 아이들의...

 

부모인가요?

 

그렇다면 손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아니, 아니,

불길이 휩쓰는 게 너무 빠르잖아.

어, 어이, 위쪽에 뭔가가...?

 

뭐... 야, 저게?

 

아빠...?

 

아까까지 뜨거웠는데, 뜨겁지 않아.

괴롭지 않아.

 

따뜻한 아빠의 손이야...

 

방금,

연기 속에 뭔가 엄청난 게 있지 않았어?

 

커다란 뼈다귀 손
뭐야 이게 ㅋㅋㅋ

결과적으로 다들 살긴 했는데,

불길 속에 해골이 움직였다?!

구경꾼들 앞에서 그런 짓 하냐고, 보통.
불길 속에 해골이 움직였다?!

 

거기다 들어갈 때랑 마찬가지로
퐁 하고 빌딩에서 뛰쳐나오기나 하고.

 

그나저나 이 녀석의 윤리관은
어떻게 된 거야?

미사키의 목숨을
장난감처럼 다루나 싶더니만,

이번엔 아이들을 구하려고 하고.

뭐야, 이 불일치는.

 

이해를 할 수 없어,

사고를 읽을 수 없어.

뭔가가 우리랑 다른 느낌이 들어.

 

역시 이 녀석,

엮여서는 안 되는 타입의 괴물이라고요,

클라리사 누님.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지금은 미사키 쨩이 눈을 뜰 것 같아.

즉시 폐빌딩까지 돌아와 줘.

 

진짜?

그걸 일어나?

정말로?

 

현재

뭐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얘, 얘, 내가 죽어있다니 무슨 소리야?

수수께끼네, 가르쳐 줘!

그나저나

이렇게나 발전한 나라에서도

재앙이나 곤궁에 처한
아이들은 있는 건가.

이 나라에선
어떡하면 평온을 얻을 수 있지?

네가 말하는 평온이란
대체 뭘 가리키고 있는 걸까?

 

글쎄,

내가 추천하는 평온에 필요한 것,

그것은...

 

돈이야.

적나라하네.

 

돈.

그건 어느 나라든 똑같나.

 

넌 정체가 뭐야?

아니,

이렇게 물어볼까?

 

네 바람은 뭐야?

이 거리에서 뭘 하고 싶은 거지?

 

난 이곳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어.

 

하지만 혹시

사령술을 쓸 수 있는 게 나뿐이라면,

난 그걸로 돈을 벌고 싶어.

누구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평온을 방해받지 않을 힘과 보금자리를

난 원해.

 

그렇다면,

내가 도움을 주도록 할까?

 

난 쿠라키 리사,

이 신주쿠에서 중개업자를 하고 있어.

 

아무래도 넌,

내용물이 시노야마 폴카가
아닌 모양이고 말이야.

어딘가 멀리서 온 너와 이 거리를

중개해 주지.

 

네가 이 거리에 익숙해지도록
사람도 빌려주지.

미사키 쨩과 타쿠미 군을 말이야.

 

어딘가 멀리서 온 너와 이 거리를

중개해 주지.

네가 이 거리에 익숙해지도록
사람도 빌려주지.

미사키 쨩과 타쿠미 군을 말이야.

 

정말로...

어쩌다 이렇게 됐지?

 

#03 사령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