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내가 원하는 걸
히사시는 앞질러서 해주고 있어
좀 더 내가 먼저
좀 더 능숙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오오토모
내 영화에 나와주지 않을래?
이번엔 단독 주연으로
나에겐 아직 무리야
말 걸까?
뭐라고?
어째서 거절한 거야, 라고?
나라면 물어보는 거 싫었을 거야
하지만 확실히 기운이 없어
뭔가 나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받기만하고 있어
들뜨기만 하고
자기 혐오
나 혼자만 기분 좋아서
히사시가 눈에 보이지
이럴 때 친구로서
카메라맨으로서
연인으로서
난 히사시에게
자막 *isulbi*
너는 손으로 만든 그림자로
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일상의 끄트머리에서 시작한
노을빛 아웃 포커스
주울 수 없었던 대사
조금 전 막 완성된 명작을
계획에도 없었던 아름다움에
우리들은 눈을 뗄 수가 없게 됐어
아, 이랬었던가 저랬었나
네가 활짝 이쪽으로 손을 흔드는 씬
이 순간 우리들은 끝을 알았었나?
아니 아직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아, 이랬었던가 저랬었나
나의 손이 흔들려 생긴 기적적인 씬
그 순간 크랭크업
카메라를 내려도
이런, 지각이야!
마오, 마...오
히사시
오늘 학교 빼먹자
마오가 빼먹자니 별일이네
그래서 뭐 할래?
어디 갈까?
이미 할 건 정해져 있어
왠지 모르게 상상은 가지만
뭔데?
우선 영화 보고 과자 먹고
그리고
과자 먹고 영화 보고
오메가 푸드 미소라멘
그럴 줄 알았어
이것저것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이것밖에 떠오르지가 않아서
히사시가 기운 없을 때
뭔가 해주고 싶은데
쓸모가 없네
마오
하지만 밝은 영화
이건 공주님이
쓸모없지 않아
내가 더 쓸모없어
모처럼 영화부가
거절해버려서
히사시
나 자신이 없어
전에는 의욕만으로도
지금은 아니야
주역 같은 거 할 수 없어
연극부에 더 잘하는 녀석들
내가 못하는 건 잘 알고 있어
아직 한참 부족해
이래서야 마오가 날 찍고 싶겠냐고
마오는 마오대로
난 초조해하기만 하고
히사시
이거 말이야
가끔씩 반복해서 읽어
지금이라면 좀 더
여기 말이지
나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
반장이 좋아서
그러니까 좀 더
마오?
찍어도 돼?
전에도 이렇게 찍었었잖아
대사 읽어봐
어디?
하나 전에 '아직 남아 있었어?' 부터
아직 남아 있었어, 반장?
전과 같은 구도
같은 대사인데
나에겐 전보다 빛나 보여
기쁜 것을 줄 수 있다면
전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않았던 것 같아
뭘 해줄 수 있을까?
필름의 불빛을 물고 있어
나도 손끝으로 물어보네
자그마한 벽을 가진 시네마클럽
환상이 되는 복선
루프로 다시 보네
아직 너는 그곳에 있었어
점심밥도 준비해뒀어
달리 아무것도...
잔뜩 준비해뒀으니까
사보타주하는 이야기인데...
제의해 해줬는데
할 수 있었는데
잔뜩 있는데
쭉쭉 앞으로 나아가버리고
잘 말했을 텐데,하고 생각해
라는 오오토모의 본심이
상당히 용기가 필요했다고 생각해